후지필름이 지난해 1월20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신제품 렌즈교환 카메라 'X-T1'을 선보이고 있다.사진/ 뉴시스
제품 판매 후속조치에 대한 기업들의 태도가 한층 진화하고 있다. 제품이 고장났을 때 무상으로 고쳐주는 수준을 넘어 마치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제품을 업데이트하는 서비스가 활발하다.
카메라업계에서는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가 대표적이다.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인 'X-T1'은 아직 출시된 지 1년 반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네 번이나 이뤄졌다.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한다.
특히, 오류를 잡거나 형식적인 업그레이드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느낌을 주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2일 공개한 X-T1 펌웨어 4.00 버전은 종전 49개였던 싱글포인트의 초점영역을 77개로 확대, 오토포커스(AF)의 정확도를 높였다.
임훈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부사장은 "매번 이렇게 업그레이드해서 신제품을 못파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서 "카메라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만족과 신뢰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은 회사의 존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베가 R3·베가 넘버6·베가 아이언 등 3개 모델의 OS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이같은 현상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볼 수 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모델 S'에 대한 SW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 가치가 낮아진다. 하지만 테슬라는 SW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동차의 잔존가치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비소에 방문할 필요없이 스마트폰처럼 무선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업데이트를 통해 주행 중 충전에너지가 방전되는 사태를 예방하는 배터리 경고 시스템이 포함됐다.
모든 전자기기에서 업데이트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층 높은 수준으로 개선된 SW를 하드웨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해당업체들은 내장메모리나 중앙처리장치 등을 두루 고려해서 기기와 SW의 최적화된 접점을 찾고 있다.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경우 최근 출시된 OS는 과거 출시된 OS보다 성능이 더 좋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업데이트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며 "제품과 SW가 최상의 수준으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보다는 신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무래도 기업에게 이윤이 많이 남는다"면서도 "기업을 평가하는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어 사후서비스를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