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4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인됐다. 최초 감염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해 감염됐던 3번째 환자의 딸도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메르스 감염환자들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사진/뉴시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린 4번째 환자가 확인되면서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번째 확진 환자는 첫 발병자인 A(76)씨와 같은 병실을 사용했던 3번째 메르스 환자 B(68)씨의 딸로 자가격리 중에 발병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는 지난 25일 오전 11시 30분 보건소 방문 조사 중에 발열 증상이 확인됐고,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곧바로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졌고 발열과 두통 외에 큰 이상은 없어 특별한 치료 없이 격리 중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B씨의 딸이 약 4시간 가량 같은 병실에서 있으며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초 B씨의 딸은 아버지의 병실에서 5일 정도 머물며 병간호를 했고 B씨의 감염 사실을 확인한 뒤 자신도 격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검사 당시 그녀의 체온이 정상이었고 호흡기 관련 증상이 없어 검사대상자와 격리대상자에서 제외했다"며 "유전자검사는 증상 발현 이후에 측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그녀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택에 머물며 전화로 상태를 확인해왔다.
이번 확진 판정 이후 보건당국은 그녀가 20일 이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해왔기 때문에 추가접촉자와 격리대상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2차 감염 확산을 우려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최소 2일에서 최대 14일로 지난 20일 첫 환자가 나온 뒤 일주일만에 3명의 환자가 감염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23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찾아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2주간이 고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메르스는 주로 중동에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고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백신이나 체료제는 없는 상태며 전 세계에서 1100여 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첫 환자인 A씨는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관련 일을 했고 4일 우리나라에 입국한 뒤 11일 발병,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