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한국 조선업, 내우외환 심화

입력 : 2015-05-31 오전 9:00:00
세계 조선업계를 선도했던 한국 조선업이 내우외환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조와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는 낮은 가격을 앞세워 물량을 선점하고 있는 중국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국가의 명성은 퇴색한 지 오래다.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조선3사는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009540)은 연간 3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은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약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042660)은 1분기에 8년6개월 만에 영업손실을 냈다.  또 삼성중공업(010140)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74.1% 급감했다. 저가 수주 물량 인도와 함께 해양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악화된 탓이다.
 
특히 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에 80~90%가량의 대금을 받게 되는 '헤비 테일' 방식의 수주가 늘면서 자금 회전율도 뚝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임금협상 때마다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생산효율은 점점 떨어지고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임금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노조와 일반직 노조의 교섭 분리 문제를 놓고 노사 간 마찰이 생기면서 아직 노사 상견례 날짜도 잡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 20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생산직 노조와 일반직 노조의 교섭 분리를 신청했고, 노조 측은 지금까지 세 차례나 독자적으로 교섭장에 나서는 등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3사중 가장 먼저 노사 합의를 이뤘던 대우조선해양도 노사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신임 정성립 사장은 지난 29일 정식 취임 직후 이달 2일부터 5일까지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노르쉬핑 2015’ 참석을 위해 해외출장길에 올랐다. 때문에 상견례를 포함한 노사 협상은 그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조선 3사를 포함해 국내 9개 조선 노조는 ‘조선업종 노조연대(조선노연)’를 결성해 임금인상, 산업재해 근절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연대 투쟁에 나섰다. 지난 30일에는 9개 노조 약 6000명의 노조원들이 경남 거제에 모여 첫 번째 전국조선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전세계 선박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해외 수주 시장에서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올 들어서는 초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조선업계가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가로 일반 상선 물량을 싹쓸이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기술력이 뒷받침 돼 더 까다로운 상대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 효자선종인 LNG선과 초대형컨테이너선 분야에 적극 진출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 1월 일본은 2008년 3월 이후 7년 만에 월별 수주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엔저 효과로 선박 가격이 15% 가량 낮아지고 일본 조선업의 내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조선사들이 본격적인 수주활동에 나선 덕분이다.
 
일본 조선업계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가지고 있는 이마바리 조선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400억엔을 투자해 길이 600미터, 폭 60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도크를 건설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이마바리 조선은 자국 선사로부터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하며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세계 3위 조선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자국 내 발주량이 많고 고부가 선종에 대한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어 중국에 비해 까다로운 상대”라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한·중·일 조선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도크에서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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