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27일 오후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두산-NC 경기 중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과정에 공을 투척한 두산 선수 민병헌에게 제재를 가했다. ⓒNews1
대중의 바깥 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철의 시작을 앞둔 요즈음 체육계는 종목마다 구설에 오를 사건이 잇따르며, 편치 않다.
단순한 사건일 경우 잘못에 조치를 취하고 시간 흐름에 맡기며 넘길 만하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서 들려오는 소식은 사건 당사자 도덕성을 언급되게 하고, 심지어 일부는 '종목의 안위'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볍게 마무리하기 어렵다.
28일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각각 징계위원회를 열고 민병헌(두산)과 한교원(전북)에 대한 징계 내용을 확정, 발표했다.
민병헌은 27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상대 원정경기에서 상대 투수 에릭 해커에게 벤치클리어링중 공을 던지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다.
벤치클리어링은 종종 있다. 문제는 '혼란스런 틈에 덕아웃서 에릭을 표적삼아 공을 던진' 민병헌의 행위다. 에릭이 맞았을 경우 심한 부상이 발생할 뻔했다.
민병헌과 두산이 야구 팬들의 비난을 받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장민석이 자신의 행동이라고 주장하자 이를 바로 교정하지 않다가 의혹이 제기되자 익일 늦게 자수했다. 상당수 야구 팬들은 이 점에 더 주목한다.
◇5월28일 오전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한교원(전북 현대)이 참석해 소명한 후 당사자와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Newsis
한교원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경기에 출전해 전반 5분 인천 수비수 박대한을 향해 주먹을 두 번 휘두르며 세게 때렸다. 한교원은 박대한의 공격 가담을 막다 박대한의 손에 뺨을 맞았다. 비의도적인 흔한 몸싸움이다. 그런데 한교원은 박대한 머리를 쳤고 심지어 쫓아가 재차 때렸다.
결국 민병헌과 한교원은 각각 3경기,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교원은 경기 당시 퇴장으로 인한 출장정지 2경기를 포함해서 향후 8경기에 빠진다.
프로축구는 한교원 사건 다음날 이범영(부산)의 '비매너 행위'도 발생됐다. 이범영은 상대 페널티킥 직전 공을 올려놓는 페널티마크 잔디를 축구화 스파이크로 훼손했다. 공교롭게도 김호남(광주)의 페널티킥은 크로스바 위로 훌쩍 넘어갔다.
이범영과 관련된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는 아직 없다. 다만 구단은 구단 차원의 중징계(벌금 500만원·광주FC전 1경기 출전정지)를 내렸다.
세 사건은 경중을 따질 것 없이 선수의 비도덕·비신사적 인식이 원인이다. 조직 논리는 이에 더해진 부가 요소다. 전문가들은 최근 커진 승리 지상주의를 지적하며, 자정 조치를 적극 요구한다. 필요하다면 제도 보완도 수반해야 한다고 본다.
농구계는 남자 프로농구 KGC인삼공사 새 사령탑인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및 불법도박 혐의로 혼란을 겪고 있다. 도덕을 넘어서 '불법'이 끼어든 경우다.
서울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이 부산 KT소닉붐 감독을 맡던 올 2월에 자팀 경기와 관련된 불법 스포츠 도박에 3억원 가량 걸었고 해당 경기 후반에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후보 선수들을 투입해 고의적으로 경기를 크게 지게 했다고 보고 수사를 착수 중이다. SBS의 26일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전창진 프로농구 KGC인삼공사 감독이 자신이 과거 사령탑으로 있던 KT소닉붐의 승부조작을 통해 수억 원의 돈을 베팅한 혐의로 입건된 26일 오후 서울 KBL센터에서 KBL 이재민 사무총장이 전 감독 승부조작 혐의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Newsis
이 사안과 관련해 전 감독은 변호사(법무법인 강남 이정원)를 선임하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더불어 "전해들은 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짜맞추기식 수사에 엄중 대처할 계획"이라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천명했다.
사건 진위와 별개로 남자 프로농구는 이번 사건에 걱정이 크다. 경찰이 물증 확보를 언급하는 데다 2013년 강동희 전 감독의 악몽이 있기 때문이다.
KBL은 강 전 감독 사태 때 그를 영구 제명했지만 리그의 신뢰는 급추락했다. 한동안 프로농구에 팬들과 대중은 싸늘한 시선을 줬고 지금도 그 여파가 있다.
논란 도마에 오른 종목은 세 종목은 물론 수영도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금지약물(테스토스테론 성분) 양성 반응이 도출된 박태환이 결국 국제수영연맹(FINA)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아시안게임 당시 그가 받은 메달 전체를 박탈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태환은 은메달 1개(자유형 100m)와 동메달 5개(자유형 200m·400m,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를 박탈당했고 기록도 무효화됐다.
문제는 단체 종목인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은 박태환과 함께 동메달을 딴 대표팀 동료 선수의 메달이 함께 무효가 된 점이다. 박선관, 장규철, 최규웅(이상 400m 혼계영), 남기웅, 양준혁(이상 400m·800m 계영), 김성겸(400m 계영), 정정수(800m 계영) 등이 피해를 보게 됐다.
◇박태환. ⓒNewsis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예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졌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최근엔 IT 기술의 발달로 개별 사건이 널리 퍼지며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논란화된 것은 여러모로 안타깝지만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구설에 오를 사건을 숨기지 말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