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망령..'토토 사업' 되돌아볼 때

이용자들 불만 느낄 때 '불법 유혹'이 다가온다

입력 : 2015-05-31 오후 1:52:51
국내 4대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농구가 승부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전창진 안양 KGC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통한 승부조작에 연루된 정황을 서울중부경찰서가 주장하고 있다. 전 감독은 변호사를 통해 "지인 두 명이 명의를 빌려가 불법 스포츠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면서 무혐의를 자신하고 나섰다. 빠른 소환 조사를 바라는 전 감독과 수사상의 절차대로 가겠다는 경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2년 전 강동희 감독 사태를 떠올리며 전 감독의 말을 못 믿는 시선이 대다수다. 강 감독 또한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하다가 결국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혐의를 인정했다.
 
전 감독의 혐의 여부를 떠나 확실한 것 하나는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사람이 농구 감독 주변에 어슬렁거렸다는 사실이다. 농구뿐만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관련 신고는 44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축구, 야구, 배구도 모두 스포츠 도박 홍역에 시달렸으나 언제든 이 연결고리가 다시 터질 수도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왜 자꾸 불법 스포츠 도박과 연계된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나는지 따져볼 때다. 1년 6개월 전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아직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설립 개정 법률안 같은 해결책도 좋다. 하지만 구조적 차원의 스포츠토토 시스템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또 일어난다.
 
합법 스포츠토토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차이가 뭐고 왜 이용자들이 불법에 빠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합법 스포츠토토의 운영 방식이나 배당금을 놓고 이용자들은 볼멘소리를 끊임없이 해왔다. 많은 이들이 합법 스포츠토토를 이용하면서 '또 다른 세금을 내는 것 같다'고 자괴감에 빠지는 순간 주변에 널려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유혹이 그들을 덮쳤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스포츠토토 사업권 때문에 지난해 그렇게 시끄러웠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해 평균 10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으로 성장했다는 소리에서 합법 스포츠토토 이용자들 사이엔 더 큰 반발심이 생겼다. 이 틈을 일부 업자들이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불순한 의도로 긁었다.
 
문제가 자꾸 불거지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태 해결과 함께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지금이 그 시기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어떻게 이용자들을 사로잡는지부터 검토할 때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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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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