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내 스포츠단 운영 현황. (정리=이준혁 기자)
삼성그룹의 스포츠단 운영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3월 이후 14개 종목 중 6개 종목에 변화의 메스를 댔다.
4개 종목의 운영 주체가 달라졌거나 달라질 예정이고 2개 종목은 해단 조치됐다. 운영 주체가 바뀐 종목은 모두 마케팅 전문기업인 제일기획 산하로 이관됐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해 4월 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이관부터였다. 운영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큰 폭의 변화를 예상한 이는 적었다.
세간의 관심이 몰린 것은 삼성전자(남자부)·삼성생명(여자부) 소유 농구단 이관이 이뤄진 지난해 9월이다. 삼성의 스포츠단 중 다수가 제일기획 산하로 가게 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음 소식은 해단이었다. 삼성중공업 럭비단과 삼성증권 테니스단이 사라졌다. 다만 삼성은 테니스 유망주 정현(19·세계랭킹 69위)의 개인후원은 이어갔다.
럭비단·테니스단 해단 두 달 만에 삼성 스포츠단 정리 소식은 또 나왔다. 삼성화재 산하에 있던 프로배구의 제일기획 이관이다.
배구단의 6월1일 이관과 함께 신치용 감독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산하의 운영담당 임원을 맡는다는 소식도 곁들여졌다.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부문에서 '김재열 사장-신치용 부사장' 체제가 짜인 순간이었다.
삼성은 최근 스포츠단 조정과 관련해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삼성그룹 스포츠단 운영 변화의 핵심에 있는 제일기획은 배구단 이관과 관련 "국내 스포츠 사업이 선진국처럼 고도화되고 산업화되며 선수의 운용과 관리, 경기력 향상 외에 전문적 팬 관리와 마케팅능력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제일기획은 시즌을 운영하면서 노하우·경험을 확보했으며, 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축구단과 남·녀 농구단 이관 당시의 멘트와 차이가 거의 없다. 이와 관련해 체육계는 물론 그룹 관계자도 김재열 사장 행보를 주목한다.
김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의 남편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로 김 사장이 '삼성스포츠'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장인인 이 회장에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단 개편의 메스가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탁구, 레슬링(이상 삼성생명), 배드민턴(삼성전기), 태권도(에스원), 승마, 육상, 게임(이상 삼성전자) 등의 향방도 관심을 끌지만 특히 프로야구단 삼성라이온즈의 진로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다만 프로야구의 조직 변화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야구가 다른 모든 종목을 합산한 수준의 대규모 자금을 쓴다는 점, 삼성라이온즈가 독립법인이라는 점, 삼성라이온즈 주식을 CJ제일제당(15%)과 신세계(14.5%)가 일부 갖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 등 때문이다.
제일기획 또한 이와 관련해 "취재진과 팬 모두 관심이 많을 것이라 보나 현 상황에서 야구단 인수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아직 전혀 없다"면서 "일단 확실한 것은 배구단 인수 결정을 내린 사실 뿐"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