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제3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은 사회적 현상에 맞춰져야

이명수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 위원장

입력 : 2015-06-02 오전 6:00:00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 3명이 동반 자살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33세와 31세 여성은 1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29세 여성은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각각 남긴 유서에는 “사는 게 힘들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자살 관련 기사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자살 사망률 변화 추이 보고서(2000년~2012년)를 보면 세계 자살률 1위는 지중해의 키프로스라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인구 100만 이상 국가중 1위는 대한민국이다. 불명예스러운 기록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하루 평균 40명이 넘는다. 하지만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80억원에 불과하다. 이웃나라 일본이 연간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부 정책이 시급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3년 정부의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이 만료됐지만 3차 대책은 올해 6월 현재까지도 지지부진이다.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으나 자살 예방과 관련한 시급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살예방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의사결정 기관이나 혹은 총리실 산하 위원회에서 자살예방 문제를 직접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
 
아주 거창한 자살예방 정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자살 이유로 손꼽히는 경제적 자살인 '이코노사이드'에 대해 사회적, 경제적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자살률을 줄이는 정책을 컨트롤 할 수 있으면 된다.
 
빈곤을 감소시키는 정책과 지속 가능한 복지재정의 확대 등 근원적인 대책 필요성과 함께 지난 1,2차 자살예방 종합정책과는 정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3차 정책이 늦었기 때문에 빠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사회적 풍토에 맞는 정확하면서도 간결한 정책의 필요성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제껏 복지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 우울증이나 갈등이 요인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개인의 문제들은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자살은 곧 사회적 타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각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10대를 제외하고 20대 이상부터 자살의 가장 주요원인으로 꼽힌 것이 바로 경제력이다. 60대 이후는 더욱 더 경제적 자살이 높은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당장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중·장기 자살예방대책 수립과 이를 토대로 한 예산확보 계획이 필요하다.
 
이제 곧 2016년 정부 예산이 만들어진다. 자살문제 자체에 대한 대중적 접근을 통해 우리사회를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계획이 중장기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차선으로 밀어두지 않기 바란다. 정부정책도 각계의 자살예방대책도 사회적 변화에 맞는 현실적인 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명수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 위원장·전 서울시 자살방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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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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