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의 덩치 큰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금액이 2년 새 무려 60%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거의 10조원 정도가 줄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 등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은 기업 합병과 오너 일가 지분 축소 등의 방법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내부거래 규제대상 금액이 2년(2012~2014) 사이 16조574억원에서 6조7376억원으로 9조3198억원(58%) 줄어들었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지난해 2월 개정안 시행 이후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대상은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서 오너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와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다.
그룹별로는 현대차그룹이 7조1270억원에서 1조34억원으로 85.9%(6조1236억원)나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현대엠코가 현대엔지어링에 합병되면서 내부거래액이 1조7588억원 줄었고, 오너일가 지분이 감소한 글로비스는 5664억원 감소했다. 현대위아에 합병된 현대위스코의 3861억원도 규제 대상 금액에서 제외됐다.
규제 대상은 현대오토에버(8070억원), 이노션(1807억원), 현대머티리얼(103억원), 현대커머셜(54억원), 서림개발(2000만원) 등 5곳이 남게 됐다.
삼성도 규제대상 내부거래 금액이 1조8819억원에서 7769억원으로 58.7%(1조1049억원) 감소했다. 옛 에버랜드가 웰스토리를 분사하고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면서 6149억원 줄었고, 삼성석유화학과 삼성SNS가 합병을 통해 각각 2067억원, 2834억원 줄였다.
SK그룹은 1조171억원으로 4684억원이 줄었고, KCC는 KCC건설의 2730억원이 내부거래 규제대상 금액에서 제외됐다.
또 두산, GS, 동부, 대림, 한화 등이 내부거래 규제대상 금액을 1000억원 이상 줄였다. 현대백화점은 2135억원의 내부거래액이 완전히 없어졌다.
오너일가가 없는 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S-Oil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현대중공업과 금호아시아나는 규제 대상이 아예 없었다. 동국제강은 규제대상이던 1개 계열사가 2013년도에 빠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탈피 방법으로는 오너일가 지분 매각이나 감소가 13건(54.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계열사 간 합병도 8건(33.3%)에 달했다. 계열사 제외는 2건(8.3%), 청산은 1건(4.2%)이었다.
규제 대상 기업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2012년 12개사에서 2014년 5개사로 줄었다.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인 계열사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2월 블록딜을 통해 지분 13.4%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30%)보다 0.01% 낮은 29.99%로 떨어지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현대위아에 현대위스코를, 현대엔지니어링에 현대엠코를 합병시키면서 규제를 벗어났다.
삼성그룹은 삼성SNS를 삼성SDS에, 삼성석유화학을 삼성종합화학에 합병시켜 2개사를 제외시켰다. 합병 이전 오너일가 지분율이 삼성SNS는 45.8%, 삼성석유화학은 33.2%였다.
OCI 역시 2곳이 줄었다. 넥솔론, 유니드, 쿼츠테크 등 3곳이 오너일가 지분 감소로 대상에서 빠졌고, 오너일가 지분이 100%인 알제이씨홀딩스가 신규 편입됐다.
이 외에 SK, 한화, 현대백화점, KCC, 동부, 동국제강 등 유수 그룹들도 모두 합병, 지분매각을 통해 각각 1개씩 줄였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