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불거진 유럽 서방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측 간 첨예한 대립이 심화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를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강하게 견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제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반(反) 푸틴 세 결집에 나섰다.
◇G7 독일 정상회의 지도자들. (사진=뉴시스)
유럽 서방국들도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겠다는 명확한 사인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푸틴은 언제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의 적대적인 군사적 행동은 위험 징후(worrying signs)를 연출하고 있다"며 "군사적 위협이 계속된다면 미국의 미사일 배치 작전에 영국도 동참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른 정상들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에 대해 비난하면서 대러 제재 지지입장을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교전은 민스크 협정(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더욱 강력한 제재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가 경제에 고통을 주더라도 러시아 제재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친러시아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의 휴전협정을 러시아가 이행할 때 까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역시 지속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러시아를 경제, 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고립시켜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는 군사적 대응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 본토의 군사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방안도 언급한 바 있다.
인디펜던트는 "미국은 대러 제재 방안으로 유럽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비롯해 러시아에 대한 핵공격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