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그리스 3자회담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유럽연합(EU)-중남미 정상회의가 열린 브뤼셀에서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별도의 3자 회동을 갖고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간) 회담 직후 독일 정부는 성명을 통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막기 위해 채권단과 그리스가 강도 높은 협상을 이어 나가기로 하는 것에 대해서만 합의를 이뤘을 뿐"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침묵을 지킨채 회의장을 떠난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가 독일과 프랑스 정상에게 기대했던 지원을 얻어내지 못한데 따른 실망감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오른쪽)가 10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남미 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갯 속을 헤매는 그리스 사태를 해결 짓기 위해 독일이 해결사로 나설거라는 기대가 일면서 정치적 차원의 타결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던 찰나였던 만큼 이번 결과에 대해 시장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3자 회담 전 독일이 별도로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협상 막판 독일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교통정리에 나설거라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독일정부가 공식 부인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가라 앉았다.
크리스티안네 비르츠 독일 정부 대변인은 "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채권단이 제시한 개혁안이 유일한 답안지라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건 없는 상태"라며 지원설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만은 막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거듭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최종 목표는 그리스가 유로존 내에 남도록 하는 것"이라며 "항상 이 틀안에서 문제를 해결 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게되면 결국 그리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독일이 가장 큰 피해국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독일 수출 가운데 60% 가량이 유로존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국의 이득을 위해서라도 그리스를 내보내는 것 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을거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때문에 그리스와 채권단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독일이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다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막기 위해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며 "조만간 그렉시트를 원치 않는 독일이 별도의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전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