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제출한 수정 개혁안에 대해 채권단이 퇴짜를 놓으며 양측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가 내민 새로운 개혁안에 대해 채권단은 "도대체 이전과 달라진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싸늘한 반응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 정부가 지난 1일 제출했던 개혁안 중 일부 항목을 수정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성명에서 "피에르 모스코비시 EU 집행위원에 재정갭을 줄이는 대안과 지속가능한 국가채무 계획 등이 담긴 수정 개혁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가 제시한 새 개혁안에 대해 "그리스 협상단 내부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일부 항목은 더 후퇴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 (사진=뉴시스)
그리스가 이달 말까지 협상타결을 목표로 채권단과 의견 조율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나온 개혁안이라 시장의 기대가 컸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개혁을 건네 받은 채권단은 오히려 신경이 더 날카로워진 상태다.
새로운 개혁안에 담긴 내용 중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문은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치다. 그리스는 새로운 개혁안에 올해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의 0.75%, 내년에는 1.75%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써냈다.
이는 지난 1일 제출한 협상안에서 올해 GDP의 0.6%, 내년 GDP의 1.5%로 올리겠다고 제시한 것 보다 소폭 상향된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 문제다. 채권단은 해당 수치를 올해 GDP의 1%, 내년 GDP의 2%로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리스 측에 공무원 연금 삭감 등의 개혁을 통해 요구수준에 정확히 맞추라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치에 대해서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채권단은 협상타결을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 매겠다는 그리스의 의지 없이는 긍정적인 협상결과를 절대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오는 10~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와 라틴아메리카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과 따로 만나 협상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