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찬 밥 신세였던 해외 펀드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던 중국 펀드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9조원 이상 빠져나갔지만, 중국 본토 펀드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중국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30%에 육박하며 러시아 펀드와 함께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11월 후강퉁(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교차거래)이 시행되면서 중국 증시는 저금리에 넘쳐나는 전 세계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중국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신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지난 2월 중국 정부는 느닷없이 후강퉁 시행 이전에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에 자본이득세 10%를 5년간 소급해 과세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중국 본토펀드 과세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운용사들은 충당금을 쌓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와 충당금 확보 여부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중국 세무당국이 중국 현지 수탁회사를 통해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또는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쿼터를 보유한 해외 자산운용사에 후강퉁 시행 전에 발생한 자본차익에 대한 비과세 신청서를 7월 말까지 제출하면 9월 말까지 비과세 여부를 최종 통보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된 상태다. 국내 운용사들은 한중 과세조약에 따른 이중과세방지협약을 근거로 비과세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금문제 때문에 중국 펀드 신상품 출시가 지연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A운용사는 중국 재간접 공모주 펀드를 4개월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데, 자본차익 과세 문제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상품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회사는 펀드 과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전문가는 물론 중국 현지 수탁회사까지 접촉했지만 어디서도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어 결국 한 회계법인에 위탁을 한 상태다.
중국 시장의 세금 문제 해결을 운용업계 손에만 맡기지 말고,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당국의 공식적인 창구가 필요해 보인다.
정경진 기자 shiwal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