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이제껏 공언한 '상반기 이내 계약'은 지켜질 수 있을까.
서울시는 과거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넥센히어로즈'라는 구단명을 사용하는 ㈜서울히어로즈(히어로즈)와 서남권 돔 야구장(고척돔)의 사용 계약을 상반기 내 마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상반기라는 시한은 국내 최초인 돔 야구장 운영을 위해서 시는 물론 실제 사용할 구단의 시운전 기간을 둘 목적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이제 올 상반기는 열흘도 남지 않았다. 촉박한 시한에 세부 계약 확정이 발표되든지, 협상 시한을 늦추든지, 구장 활용의 다른 방안을 찾아보든지 해야 한다.
◇마무리 공사 중인 고척돔(서울시 돔 야구장)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쉽지 않은 서울시와 히어로즈 간 협상..양 측 모두 사정 있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달에 본지와의 인터뷰 중 "넥센이 새롭게 홈 구장으로 쓸 고척돔 임대차 방식에 대해 2016·2017시즌에 한해 기존의 일일대관 형태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서울)시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구장 광고권 수익배분 협상은 계속 해야 한다. 현재 협의는 원만하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새롭게 진전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어느새 상반기가 거의 지나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 말이다. 이는 양 측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어 협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양 측의 협상 쟁점은 과연 고척돔의 운영권을 누가 갖느냐 하는 점과 광고의 수익배분은 어찌 이뤄지냐는 것이다.
히어로즈는 좋지 않은 교통여건 등을 이유로 들어 임대료를 많이 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취한다. 또한 쟁점인 광고권 수익의 배분에 있어서 결코 시에 양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히어로즈가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야구에 따른 광고료(홍보비)를 통해서만 수익을 창출하는 구단이기 때문이다. 구단의 자체 수입이 줄고 적자가 누적되도 이를 '채워줄만한' 모기업이 없다.
염가에 목동야구장의 임대차 계약을 하던 히어로즈는 비용 상승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반면 시는 '잘 지은 신설 구장을 지금처럼 헐값에 사기업에 넘겨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총 공사비 994억원)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총 공사비 1666억원)는 실사용자인 기아타이거즈㈜·㈜삼성라이온즈 또는 모기업이 공사비의 3분의 1가량(KIA 300억원·삼성 500억원)을 해당 지자체 측에 냈다.
이는 광주광역시나 대구광역시가 연고 구단에 임대료를 감면해도 문제가 없을 근거가 된다. 실제 두 시는 '25년간 사용료 선납'의 형태로서 구단의 공사 분담금을 받은 경우다.
'기아차-광주시'·'삼성(전자)-대구시' 경우와 달리 '히어로즈-서울시'의 경우는 구장 건설에 히어로즈의 기여가 없다.
이는 시가 히어로즈에 고척돔을 헐값에 임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의회로부터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협상 실무자와 박원순 시장이 '배임'으로 고발될 수도 있다.
심지어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도 시는 이중고를 겪으며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이는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베어스·LG트윈스의 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가·문화 생활의 소재가 적은 비수도권과 달리 서울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서울이 헐값 임대를 해주고 싶어도 명분이 적다.
◇외야석에서 보는 고척돔 내야 방향(왼쪽), 내야석에서 보는 고척돔 외야 방향. (사진=이준혁 기자)
◇유리한 쪽은 서울시..NC 연고이전설 나돌 때와 상황 달라
현재 협상의 과정에서 유리한 쪽은 아무래도 서울시다.
고척돔은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는 공연장 목적 사용도 가능하게 여러가지 관련 인프라를 설치해 사용의 차선책이 있다. 더불어 서울시가 재무적인 계산만 하면 '(히어로즈의 연고지 이전으로) 히어로즈 관련 수입을 전액 포기하는' 것과 'LG와 두산의 기존 임대료·광고권 수준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경우라는 매우 극단적 선택항에서도 후자가 나을 확률이 높다.
서울의 주요 공연장 입지에서 서남권은 소외돼 있다. 도심의 세종문화회관, 강남의 예술의전당은 물론 대중 콘서트가 열리는 대학교 강당과 체육관도 죄다 강북 혹은 강동에 있다. 김포·부천·광명·안양·시흥·안산 일대에도 딱히 이렇다 할 대규모 공연장이 없다.
고척돔은 공연장의 측면에서 봐도 '준비된 공간'이다. 각종 흡음재와 롤 스크린은 물론 리깅시스템(무대장치 고정용 구조물)까지 설치됐다. 다른 체육시설의 공연처럼 그라운드에 관람 의자를 깔면 3만여명 수용 인원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올림픽공원(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의 여러 경기장보다 고척돔은 공연장의 수요면에서 낫다. 경인선·경부선 분기역인 구로역이 가깝고, 해외 가수 및 한류 팬이 오가기에도 김포·인천국제공항과 가깝다. 시의 입장에서는 최악 경우에는 공연장 사용도 방법이다.
더불어 서울시는 잠실구장 광고권(상업광고사용권)을 2011년 10월 회수해 공개 입찰로 일반 기업에 103억5000만원에 넘겼고 사용료(위수탁료)도 25억5000만원을 받는다. 고척돔을 헐값에 계약하면 잠실구장 계약에 악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의계약 요구와 광고권 재요구가 불보듯 뻔하다. 서울시 입장에선 고척돔으로 무리해서 넥센을 들일 필요성이 낮다.
반면 히어로즈는 협상에 있어서 불리해지는 점이 많다.
히어로즈는 서울을 떠나면 현재 수준의 관중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다시 새로운 지역팬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게다가 서울과 다른 도시는 지역 규모도 다르다. 이는 광고료(홍보비) 액수 산정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기업이 있거나 골수 팬 층이 탄탄할 경우라면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기간에 버틸 수도 있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그렇지 못하다.
더군다나 과거 NC의 연고 이전설이 나돌 시점에 NC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던 지자체들은 현재 야구단 유치 의사를 거의 접은 상태다. 지역 체육회 차원에서 잔불이 남긴 했지만 지자체가 나서서 좋은 조건으로 야구단의 유치를 고려하는 지자체는 본지 취재결과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사무관은 "엔씨소프트는 굴지의 IT 회사다. 우리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도 'NC 구단을 유치할 경우 네이버의 춘천, 다음의 제주 등처럼 차후 지방 투자를 하면 우선 고려할 곳이 될 것'이란 생각에 투자 결정을 아깝지 않게 여겼던 면이 있다."면서 "모기업 없는 히어로즈에 적극적으로 나설 곳은 적다. 지방은 가난하고 어렵다."고 솔직히 말했다.
◇안양천 반대 편에서 촬영한 밤의 고척돔(서울시 돔 야구장) 외관. (사진=이준혁 기자)
◇'히어로즈의 목동 야구장 사용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란 점만 명확
지난 2007년 7월11일 설립돼 다음 해부터 서울 목동구장을 홈 야구장으로 삼아 야구단 관련 사업을 진행한 히어로즈는 올해를 끝으로 목동 시대를 접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2일 시청에서 대한야구협회(KBA)와 '서남권 돔야구장(가칭) 사용 및 아마추어 야구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하며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KBA가 체결했던 협약이 파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설령 협약이 파기되도 히어로즈가 목동구장을 사용하는 가제는 실현 불가능한 사안이다. 수년간 이어진 목동구장 인근 주민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지난 8년동안 구장 인근 주민 다수는 히어로즈 때문에 여러가지 피해를 호소했다. 삼중창을 설치해도 해결 안 되는 소음과 어두운 저녁에 불을 꺼도 독서가 가능할 정도의 강한 빛 공해, 목동구장 근처에 만연한 무단 주차와 경기 이후로 단지로 들어오는 취객 등에 야구장 주변 목동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어왔다. (본지 2014년 5월16일자 기사 <프로야구 경기 열리는 목동구장, 주변 주민들에겐 '재앙'이었다> 등 참고)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은 히어로즈에 스폰서비를 지급하고 광고를 진행한 넥센타이어와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을 욕하기도 한다. 목동 주민의 히어로즈에 대한 반감과 관련된 상정적 사례다.
"(히어로즈가) 고척돔에 안갈 수 있단 이야기는 우리에게 재앙이다. 우린 넥센을 고척돔에 빨리 옮겨주는 후보를 찍을 것"이란 주민들의 간절한 외침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런 상황에 설령 KBA와의 상호협약을 정리할 수 있어도 히어로즈의 목동구장 잔류는 사실상 불가하다.
현재 목동구장·고척돔·히어로즈 관련 사안에 대해서 명확한 사실은 '히어로즈의 목동구장 사용은 올해까지' 뿐이다. 다른 점은 문서화되기 전까지 바뀔 수 있고 문서화되도 파기에 대한 여지가 있다.
◇목동아파트 530동에서 바라몬 목동야구장의 낮과 밤 풍경. 소음과 빛공해 등으로 피해를 당하는 목동야구장 인근의 대다수 주민들은 히어로즈가 목동에서 퇴거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사진=이준혁 기자)
◇서울시와 히어로즈, 묘수 찾아낼 수 있을까
히어로즈가 불리할 입장에 처한 것은 맞다.
고척돔에 비싼 사용료를 내고 구장 광고권 일부를 받는 것과, 지방에서 적은 사용료를 내고 구장 광고권 전권을 받는 것을 비교해도 후자의 유리한 면이 그다지 크지 않은데 비서울 지자체는 히어로즈에 강한 관심이 없다. 또한 서울시는 고척돔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 명분도 적잖다.
시도 히어로즈에 비수도권 지자체처럼 '퍼주기'는 어렵다. 그럴 명분도 적고 보는 시선도 많다. 한 서울시의원은 과거 본지에 "매매로 20억원, 전세로 12억원 받을 수 있는 고급 아파트 주택이 오래 빈다고 2억원에 팔거나 전세줄 수는 없는 법"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시와 박 시장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히어로즈가 서울을 떠나게 된다면 서울시에도 좋지만은 않다. 히어로즈 팬들을 중심으로 야구계와 일부 야구팬이 동참하며 서울시 및 박원순 시장에게 부정적인 여론 형성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여부와 달리 "서울시가 야구단을 내쫓았다"란 무분별한 비난을 받을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결국 시와 히어로즈가 좋은 절충안을 찾아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시와 히어로즈의 협상 실무자간 관계는 상당히 원만하다. 시는 고척돔 관련 협상을 체육 업무 담당 부서인 문화관광체육본부가 맡아서 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현재 부사장과 대리급 실무자가 맡고 있다.
현재 확정된 점은 히어로즈가 내년 목동을 떠날 것이란 사실과, 고척돔을 사용시 초기 2년간 일일대관 형태로 쓰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용료·광고권 문제는 빠진 것이다.
상반기가 끝날 때까지 아흐레 남은 시점이라 고척돔 계약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내년 고척돔은 어찌 사용될지, 히어로즈는 어디를 홈 구장으로 쓸 것인지 최종 결정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