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문희상(70) 의원이 조양호(66)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부탁하고 급여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게 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22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와 소공동 (주)한진 본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등 3곳에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보내 관련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자택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보수시민단체인 한겨레청년단은 문 위원장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퇴직공무원 자신의 취업 청탁이나 제3자를 위한 취업청탁을 할 때 근무했던 공공기관 또는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청탁만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판결문에 드러난 정황으로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추가적인 비리 정황 포착이나 제3자 뇌물공여 혐의 적용을 염두해 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사건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고 아직 혐의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제3자 뇌물공여 혐의와 공소시효 등 법리 적용 문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업 청탁을 한 시기인 2004년 문 위원장은 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뒤 같은 해 5월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국회 정보위원장과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대한항공은 군용항공기 등 방위산업 관련 사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문 위원장의 직무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회장에 대해서는 일을 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급여만을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문 의원의 취업 청탁 의혹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의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문 의원의 처남인 김모씨가 문 의원과 누나 부부를 상대로 낸 12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문 의원은 경복고 후배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10년 전 처남 김씨의 취업을 부탁하고, 김씨는 2012년까지 8년 동안 한진그룹 거래사에서 맡은 직무 없이 급여 명목의 돈 8억여원(미화 74만7000달러)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