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항공기를 활용한 대체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은 지난 11일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9200만달러 규모의 항공기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물류회사인 DHL이 사용 중인 B777-200LRF 항공기에 투자한 것으로, HMC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 직접 투자를 하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주선도 병행했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항공기를 비롯한 대체 투자에 대한 관심 증가로 국내에서도 투자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딜을 계기로 항공기 투자는 물론 해외 대체 투자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해 시장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3월 말 항공기 리스 후순위채권과 지분증권에 27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핀란드항공에 A330-300을 구매 후 12년간 임대하는 상품이었다. 총 7700만달러 중 독일계 은행이 선순위채권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고, 나머지 2700만달러를 대우증권이 후순위채와 지분증권으로 투자했다.
올해 3월에는 직접 두바이 국영항공그룹 에미리트 항공사로부터 B777-300ER을 구매 후 9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토대로 7200만달러 규모의 5년 만기 구조화채권(선순위·중순위·후순위)을 발행했다. 이어 5월에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A380-800을 구매 후 임대하는 계약을 토대로 발행된 6년 만기 후순위 사모사채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펀드의 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402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증권사들이 항공기 리스 투자에 나서는 것은 관련 시장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좋으면서 변동성은 낮다는 장점 때문이다. 항공산업 분석 기관인 ‘Ascend’에 따르면 항공기 리스 투자의 과거 평균 수익률은 1991~2013년 기준 6.2%이다. 또 운용리스 비중은 지난 1980년 1.7%에서 현재 40% 가까이 늘어났고, 오는 2020년까지 5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항공사가 파산하는 경우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08년 유리자산운용이 운용한 ‘유리 스카이블루 사모특별투자신탁 제1호’ 펀드에 KDB생명이 90억원을 투자했는데, 중고 비행기를 인천과 태국 푸켓을 운항하는 태국 저가 항공사에 리스했지만 당시 태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고 금융위기가 발발하며 항공사가 파산해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