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혀 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는 그리스의 요청을 거부했다.
27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로그룹은 3시간 긴급 회의를 마치고 그리스가 요청한 구제금융 연장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종료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그리스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구제금융은 예정대로 오는 30일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사실상 구제금융 협상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유로그룹은 28일(현지시간) 그리스 대표단을 배제하고 유로존의 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유로그룹이 이번 회의에서 사실상 그리스 디폴트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냐고 전망하고 있다.
이날 새벽 1시(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TV로 생중계된 긴급 연설에서 “그리스 정부는 국민에게 굴욕감을 주는 긴축 조치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며 “이제 그리스 국민이 미래를 위해 결정을 할 때”라고 국민투표 실시를 발표했다.
또한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국민만이 응답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채권단에게 국민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제금융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것이 거절되며 국민투표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8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는 정부가 상정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편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발표한 직후 뱅크런 사태가 발생해 현금자동출금기(ATM)에서는 5억 유로가 빠져나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국의 ATM 중 500여개의 현금이 바닥났고, 그리스 시중 은행 중 한 곳인 알파은행은 인터넷 뱅킹을 중단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에 대해 그리스가 디폴트와 그렉시트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의회에서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건과 관련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