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진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에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고심하고 있는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동안 항공업계는 메르스로 인한 잇따른 국제선 예약 취소사태로 일부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거나 축소한 상태다. 특히 중국노선 운항 취소가 가장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에 따르면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5월 20일부터 6월 22일까지 국제선 항공기 운항취소는 4044회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노선 운항취소는 3557회로 전체의 88%(3557회)에 달했다.
해외 항공사들의 운항취소가 더 많았는데 87%(2564회)가 중국 항공사로 확인됐다. 운항취소가 이뤄진 중국항공사는 동방항공을 비롯해, 남방항공, 중국국제항공, 상해항공, 춘추항공 등이었다.
국내 항공사들도 중국 노선 예약취소가 이어지면서 운항을 잠정 중단하거나 운항횟수를 줄인 상태다.
대한항공(003490)은 다음달 17일까지 인천~홍콩·상하이·칭다오 등 중국 17개 노선 운항을 감소했다. 감소한 좌석 수만 6만6000여석 규모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일부 노선에 대한 일정이 조정됐다. 인천~상하이·칭다오·광저우 등 인천발 12개 중국 노선, 부산발 4개 중국 노선 등에서 일부 시간대에서 운휴에 들어갔다.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에도 마찬가진데, 제주항공은 7~8월 인천~스자좡, 대구~베이징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으며, 인천~웨이하이는 기존 주 7회에서 주 5회로, 인천~자무쓰는 주 2회에서주 1회로 운항횟수가 줄어든다.
이스타항공도 청주~상하이·하얼빈·다롄 노선 운항을 다음달 20일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청주~심양은 주 7회에서 주 3회로 운항횟수를 줄인다.
진에어는 제주발 중국 노선 조정에 들어갔다. 제주~시안 노선은 다음달 21일까지 운항을 중단하고, 제주~상하이 노선은 기존 주 7회보다 줄어든 주 2회로 운항할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21일까지 부산~타이페이를 주 10회에서 주 7회로, 부산~가오슝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2회로 운항을 축소한다. (운항 스케줄은 사전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음)
업계는 무엇보다도 국제선 단거리 중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노선실적 감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대형항공사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중국 노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대 20% 정도다. 대한항공은 13%, 아시아나항공은 20% 정도다. 단거리 국제선이 대부분인 LCC라면 무게는 더 상당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체 국제선 탑승객 중 중국 탑승객이 약 35%에 달한다.
한편, 업계는 운휴·운항축소로 남는 공급석을 김포~제주 등 노선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포~제주는 국내선 중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한 노선 중 하나다. 실제 제주항공은 7~8월 국내선에서 하루 4~6편 정도 증편하는 동시에, 국제선 일부 노선에 대한 증편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가 진정됐다고 해서 그 동안 예약을 취소했던 승객들이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7~8월 성수기에 공급을 줄이다 보니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국 노선은 대개 인바운드(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빈 공급석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노선에 투입해 수익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문정우 기자 ayumygirl@etomato.com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내 중국국적 한 항공사의 수속 카운터가 한산하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