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명단에 비친 프로야구의 현재

베테랑 건재한 가운데 한화 '부활'·LG '몰락'

입력 : 2015-07-07 오후 4:57:40
그동안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 결과는 그해 리그의 트렌드를 엿보는 척도 역할을 했다.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사점을 던지기에는 충분했다. 투표 결과에는 성적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팬들의 목소리가 반영된다.
 
올해 결과에도 리그의 최근 트렌드가 뚜렷이 반영됐다. 먼저 불혹 나이의 선수들이 올스타에 대거 선발됐다. 또 2013년 웨스턴 올스타(현 나눔 올스타) 모든 포지션을 휩쓴 LG는 13년 만에 전원 탈락했고, 화제의 팀 한화가 예년 대비 많은 선수를 명단에 올렸다.
 
"리그의 현재 모습은 올스타 투표 결과로 어느 정도 드러난다"는 말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서 열릴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 중 절반(24명)을 뽑는, 팬(70%)과 선수(30%) 투표 합산 결과를 6일 내놨다. '올스타'라는 이름답게 팬의 뜻을 묻되 객관성을 위해 선수단(감독·코치·선수) 표를 더했다. 나머지 24명은 8일 감독 추천으로 발표된다.
 
후보 120명(10개 팀별 12명씩) 중 최고 득점 선수는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이다. 63.86점(팬 투표 1위, 선수단 투표 3위)을 얻었다. 나이가 많지만 아직 기량도 좋고 인기도 높다.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팬과 후배들에게 귀감을 보인다는 점도 여전하다.
 
그런데 나이 든 선수는 이승엽뿐 만이 아니다. 1976년생인 이호준(NC·55.95점), 임창용(삼성·45.15점), 박정진(한화·40.00점)도 부문 선두다. 특히 이호준은 나눔 올스타 최고 점수를 받는 한편 이승엽에 이어 전체 2위 득표자가 됐다. 이들은 전성기와 비교하면 기량이 다소 줄었지만 경륜과 성실함으로 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엽(왼쪽), 이호준. ⓒNews1
두 해 전 각 부문 투표 상위권을 싹쓸이한 LG는 올해 어느 부문에도 선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LG선수들은 심지어 하위권에 대거 포진됐다. 외야수를 제외한 9부문 중 유격수 오지환 외에는 꼴찌를 면치 못했다. 15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한 외야수의 경우 LG 선수는 15·13·12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오지환을 제외한 다른 11명이 받은 표수를 합치면 140만1983표인데 이는 이승엽이 받은 153만47표보다도 못하다. 오지환의 득표수(29만3799표)를 합산하면 169만5782표인데, 이승엽의 득표수에 부문별 꼴찌 득표수를 더한 정도에 불과하다.
 
이같은 결과는 신생팀 KT가 없었다면 꼴찌였을 LG의 최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부진한 성적에 '팬심'이 싸늘하게 식은 것이다. 인기 팀으로 꼽히던 LG의 몰락이 올스타 투표 결과로 나왔다.
 
반면 한화는 지난 2008년 이후 모처럼 4명이 뽑혔다. 권혁은 2위의 곱절을 넘기는 득표수로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박정진과 이용규는 30만표 이상의 차이로 2위를 꺾었다. 정근우도 여유롭게 2위를 제쳤다.
 
게다가 외야수 3부문과 한화 선수가 뽑힌 3부문을 제외한 6부문 중에서 한화 선수 5명이 2위를 차지했다. 끈질긴 투혼을 보여준 한화 선수들에게 많은 팬들은 지지로 화답하고 있다.
 
'야구 팬심'의 바로미터인 2015년도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오는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진행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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