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A5(왼쪽)와 갤럭시A7. 사진/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고급화를 꾀했던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중저가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커지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저가폰을 확대할 수록 지금까지 쌓아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어 삼성전자의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중국과 대만에 갤럭시 A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갤럭시E, J시리즈 등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을 확대하고 있다.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처음으로 탑재한 스마트폰 Z1도 지난 1월 인도에 출시했으며, 이달 말에는 새로운 중저가폰 '갤럭시J5'와 '갤럭시A8'을 국내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 갤럭시 그랜드 맥스와 갤럭시 A5, A7을 출시한 데 이어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이는 갤럭시 J시리즈다.
이처럼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고급화 전략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10년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으며 모바일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실적 성장세는 가속화됐다. 2011년 갤럭시S2 출시 이후에는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돌파했으며, 2012년 갤럭시S3를 선보일 당시는 분기 영업이익 6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갤럭시S5 출시부터 역성장을 보이며 실적이 둔화됐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장 속도도 급속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았던 중남미, 중도 등 신흥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수요가 늘면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시장 잠식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시장 변화에 맞춰 삼성전자도 중저가 라인업을 서서히 확대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실적을 거두기 힘든 실정이다. 중저가 라인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겠지만 저마진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 동안 쌓아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중저가폰 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시장에서 맞대응할 것인지 혹은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를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다만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사양이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브랜드 이미지도 큰 강점이기 때문에 중저가폰으로 큰 무게를 싣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