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올라도 경매시장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수가 줄며 낙찰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84.5%를 기록하며 지난해 하반기 대비 2.3% 포인트 상승했다.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같은 기간 0.6명 늘어난 6.1명을 기록했다. 경매진행건수가 크게 줄면서 응찰자가 몰렸고, 이는 낙찰가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올 상반기 경매진행건수는 2만9479건, 낙찰건수는 1만3583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각각 9424건, 2967건 줄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로 인해 채무 불이행으로 경매 처분되기 전 일반 매매시장에서 부동산을 매각해 채무를 해결하고 있으며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금과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덜해져 경매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일수록 경매지표도 상한가를 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경매가 불황기의 효자상품이라 불리던 것과는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집값 상승폭이 가장 큰 지역은 대구로 5.36% 상승했다. 낙찰가율 역시 111.4%로 100%를 훌쩍 넘어섰으며,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7.9명을 나타냈다. 지방광역시 중에서 대구에 이어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광주로 상승률 3.43%를 기록했으며, 마찬가지로 낙찰가율 101.4%, 평균 응찰자수 6.5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집값이 0.83% 오르는데 그친 수도권은 올 상반기 1.92%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된 가운데, 경매 낙찰가율도 81.9%에서 84.4%, 평균 응찰자수 역시 6명에서 6.8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경매 물건수가 줄자 입찰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더욱 치솟고 있다. 사진/ 뉴스토마토 DB
주거시설 중에서도 인기가 가장 많은 물건은 단연 서울 아파트였다. 응찰자만 64명이 몰리며 전국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아파트 경매 사건은 지난 4월 입찰이 진행된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현대 전용면적 59.98㎡가 차지했다. 낙찰가율은 116%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경쟁을 보인 아파트는 지난 3월 입찰에 부쳐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전용면적 49㎡로, 입찰경쟁률 57대1을 기록하며 감정가 대비 113% 가격에 낙찰됐다.
이렇게 서울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운 데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전셋값과 무관치 않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4.43%로 상반기 상승률로는 지난 2011년 5.46%를 나타낸 이후 최고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를대로 오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느니 차라리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을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경매로 집을 낙찰 받으면 일반 매매보다 자기 투자금을 적게 들이면서 보증부 월세에 비해 매달 나가는 주거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관악푸르지오 아파트는 입주10년차가 넘어가지만 전용면적 59㎡ 소형의 경우 전세 시세가 3억3000만원 정도로 매매 시세와 2000만~4000만원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입주 가능한 전세 물건이 없다. 따라서 가능한 선택지는 매매와 경매, 보증부 월세 뿐인데, 3억7000만원에 일반 매매로 구입할 경우 대출한도를 감안하면 경매로 3억5000만원에 낙찰 받는 것보다 자기 부담 비용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현재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15만원에 달하는 반전세 시세를 감안하면 경매잔금대출 이자가 90만원 대로 더 저렴하다.
문희명 강원대학교 부동산학 박사는 "1억원 안팎으로 목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매를 통해 낙찰 받는 것이 주거비용이 가장 적다"며 "최근 저금리 기조로 전세는 귀하고 월세 물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 지불하면 그만인 과도한 월세를 부담하며 사느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출 이자를 내고 재산을 온전히 취득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