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업체들이 한국 정부의 반덤핑 제재를 앞두고 H형강 밀어내기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중국산 H형강의 경우 국내산 제품에 비해 가격이 최대 20% 이상 저렴해 하반기 H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 수요 확대를 기대했던 철강업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H형강 수입량은 14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 6만6000톤 대비 125.1% 급증했다. 물량이 갑자기 늘면서 수입단가는 지난해 6월 톤당 563달러에서 지난달 402달러로 28.6% 하락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각각 7만6000톤, 7만4000톤의 H형강이 수입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H형강은 빌딩, 공장 등 대부분 건축물에 사용되는 건설자재로, 지난달 중국산 H형강은 국내 수입량의 98% 차지했다.
이달 말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최종 확정을 앞두고 중국 철강업체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선 탓이다. 가뜩이나 중국 내수 경기 침체로 중국 내 철강재 공급 과잉 현상이 심해진 탓에 가격은 더 떨어졌다.
여기에 국내 수요업체들도 가세했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전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싼 값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량을 대폭 늘린 것이다. 건설업계의 수익성 끌어올리기 노력도 한 몫 했다.
앞서 지난 5월28일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H형강의 덤핑으로 인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5년간 28.23%~32.72%의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이와 관련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법상 반덤핑 관세 부과는 조사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하게 돼 있다”며 “이달 20일에서 30일 사이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H형강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7월31일로 1년이 되는 시점은 이달 30일이다. 무역위는 20일까지로 예정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30일 이전에 반덤핑 관세를 확정 짓고 고시할 계획이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 부산본부세관에 적발된 중국산 H형강. 사진/부산본부세관, 뉴시스.
한편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로 건설용 철강재 수요 확대를 기대했던 국내 철강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건설용 자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건설용 자재인 철근의 경우 5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93만톤, 6월에는 10.5% 증가한 94만톤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에는 국내 제강사와 건설자재협회와의 협상에서 3분기 실수요 철근 출하가격이 전분기와 동일한 톤당 60만원으로 타결됐다. 철근 기준가격이 분기단위로 결정되기 시작한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가 멈췄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