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기업엔 '부채' 민간엔 '소득'

정부 이중잣대로 민간 전세공급자들 불만

입력 : 2015-07-14 오후 4:44:19
정부의 임차보증금에 대한 이중 해석이 전셋집 민간공급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는 보증금을 빚으로 인정하면서, 민간 전세임대인에게는 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보증금은 임차인과 계약 만료 후 전액 상환해야 하는 부채의 일종이다. 임대차 계약에서 세입자는 채권자가 되며, 공급자는 채무자가 된다. 때문에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사업자가 사업을 할 경우, 국제회계기준 상 모회사의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부채비율이 높아질 경우 모회사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이 뉴스테이 사업 참여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뉴스테이는 월세화에 대비한 국토교통부 역점사업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회계기준원에 보증금이 부채로 잡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수소문했다. 그 결과 최근 주택기금이 50% 이상 출자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에서 확정할 경우 해당 기업형 임대리츠를 건설업체 연결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회계기준원의 회신을 받아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부지 1만가구 중 위례, 동탄2, 김포한강 등 1차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업체의 경우 공모지침상 최소지분인 30%를 출자하면 연결대상에서 제외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처럼 뉴스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증금은 명백한 부채임이 확인됐지만, 개인 전세임대인에게만은 소득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3주택 이상자가 전세를 준 경우, 보증금이 3억원을 초과한다면 이를 월세로 전환해 소득세를 부과한다. 보증금 3억원 초과분의 60%에 정기예금이자율을 곱해 간주임대료를 산정, 임대소득세를 부과한다. 지난해 현재 85㎡이하, 3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수에서 배제되지만, 2017년부터는 소유한 모든 주택이 주택수에 산정된다.
 
다주택자는 전세보증금 은행 예치시 이자소득세, 전세로 제공되던 주택 매도시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주택 보유와 매각, 전세공급에 따른 다양한 세금을 내고 있어 전세보증금 소득세 부과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3주택을 소유한 한 임대인은 "기업이 임대보증금 받으면 부채고 개인이 전세보증금 받으면 소득으로 보는 것은 어떤 기준인가"라며 "전세품귀시대 전세공급원으로서 정부의 배려가 있어야 하나라도 더 많은 전세가 나올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기업에는 임대보증금을 부채로 인정하면서도 민간 전세보증금은 소득으로 인정하는 이중잣대로 전세공급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토부가 밀고 있는 뉴스테이는 보증부 월세주택이다. 만성적 물량부족으로 장기 전세난을 보이는 임대시장에서 당장 급한 임대주택은 아니다. 세입자들은 고정적인 월 주거비가 들어가지 않는 전세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뉴스테이 공급을 위해 임대주택법 전부 개정법률안(뉴스테이법)까지 만들어 공급을 장려하고 있다. 세제·택지·금융 등 기업 특혜 제공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도 도입을 강행, 지난 6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월세화에 비한다는 명목으로 뉴스테이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반면, 전세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뗀 모습이다. 월 주거비 부담이 없는 전세가 향후 주택구입을 위한 종잣돈 마련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매시장 안정화 차원에서도 특단의 전세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임대차시장이 월세로 넘어가는 것에 대비해 월세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월세화를 늦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를 늦추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전세공급을 장려할 수 있는 융통성있는 세제의 변화나 인센티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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