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포커스)인류의 미래, 신재생에너지에 달렸다

중국, 태양광 산업 박차…미국·유럽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입력 : 2015-07-15 오전 11:22:31
허버트 조지 웰스가 본 미래사회는 끔찍했다. 그는 ‘타임머신(1895 the Time Machine)'이란 소설에서 탁자만한 게, 개구리 인간이 사는 미래상을 묘사했다. 거기에는 공상과학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휘황찬란한 마천루나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웰스가 내다본 인류의 미래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무색할 정도로 원시사회를 방불케 했다. 인간의 이기심이 역사를 거꾸로 가게 한 것이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은 공상과학 소설뿐 아니라 실제 학술지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경제 기관들은 아무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석 에너지가 고갈되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석유전문회사 BP에 따르면 원유는 오는 2066년에 고갈되고 천연가스와 석탄은 각각 2068년과 2127년에 바닥을 드러낸다.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것도 문제지만, 화석연료 발전이 내뿜는 연소가스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종 다양성이 파괴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환경 보호를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나, 전망은 암울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2035년까지 6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가용 수가 급증함에 따라 에너지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매년 3200만대 차량이 새롭게 추가돼 오는 2035년에는 지구 상에 18억대의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보다 무려 8억대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에 정부들은 일제히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화석연료 고갈 시점을 뒤로 늦추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라인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전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금액이 2700억 달러에 도달했다고 집계했다. 2013년보다 17% 늘어난 액수다. 신재생에너지는 햇빛이나 물, 지열, 생명체를 에너지원으로 다루기 때문에 계속 쓸 수 있고 환경오염도 일으키지 않는다.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초 기준으로 최소 164개국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현재 145개국이 계획한 바를 시행하고 있다.
 
그중 중국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금융 위기 이후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지원 정책을 운용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저임금 경제구조 덕분에 중국 태양광 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신흥국 에너지 투자규모의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찌감치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당시 대비 40%까지 낮추기로 합의하고 각종 사업을 단행하고 있다. 회원국 별 목표를 살펴보면,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지난 2013년 26% 수준에서 2020년 39%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영국은 같은 기간 동안 14%에서 31%로, 프랑스는 17%에서 27%로 그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재생에너지 사업에 열중해온 덴마크는 43%에서 58%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2005년 대비로 오는 2025년까지 26~28%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올해 1월부터 더 강화된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RPS)를 시행하기로 했다. 각 주 별로 보면 뉴욕주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중을 무려 29%로 올렸다. 뉴욕에너지개발연구기구(NYSERDA)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5억달러를 투자해 친환경 에너지 발전량을 1900 MW까지 늘린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세웠다. 뉴멕시코주는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 올리고 텍사스주는 올해 안에 10%에 도달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에너지 조달이 가능해진 상황이라 각 주들이 벌이는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가스 지대를 발견한 데다 프래킹 기술 개발로 셰일오일 혁명 붐이 일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졌다.
 
선진국들과 더불어 신흥국들 또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하나둘씩 참여하고 있다. 파리 비영리단체 REN21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과 인도. 남아공은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늘렸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은 친환경 에너지 설비공장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한 해 동안 칠레와 인도네시아, 케냐, 멕시코, 남아공, 터키가 재생에너지 부문에 각각 1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들 신흥국의 재생에너지 부문 총 투자 규모는 직전년 대비 35% 증가한 1313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 재생에너지 투자는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재생에너지 개발·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에너지 생산 단가가 너무 높으면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와, 정보통신(ICT), 송전 기술 등을 하나로 연동된 스마트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도리스 로이타르드 스위스 에너지 장관은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에너지 공급 변동성을 감안해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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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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