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가 유로존 채권단이 요구한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로존의 승인을 거쳐 공식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16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는 이날 새벽 실시한 표결에서 부가가치세 인상과 연금 삭감, 통계청 독립성 강화, 재정 지출 자동 삭감 등에 대한 4개 법안을 전체 의원 가운데 찬성 229명, 반대 64명, 기권 6명으로 가결했다.
다만 표결에서 시리자 의원 가운데 강경파 의원들과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 등이 반대, 기권 표를 던지면서 치프라스 총리의 입지에 타격을 입혔다.
앞서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3년간 860억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15일까지 4가지 법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표결에 앞서서 “더 좋은 옵션이 없었다”며 “동의할 수 없는 협상안에 합의하는 것과 무질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면서 찬성표를 호소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을 향한 첫 단계를 통과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표결 결과 이후 그리스가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가장 큰 관문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유로존 각국의 의회 승인을 받고 세부적인 지원 내용 협의 등 공식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유로존 회원국 중에 의회 승인이 필요한 국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다. 이 가운데 그리스 협의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독일과 핀란드 국가 의회가 이를 승인할 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으며 각국 의회 승인 결과에 따라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시행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표결이 행해진 아테네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시위대가 긴축 반대를 촉구했다. 시민 약 1만5000명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개혁 법안의 의회 표결에 반대하면서 신타그마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고 긴축 법안이 논의되면서 시위가 격해졌다.
시위대는 “정부에 배신당했다”며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상황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 공공 부문 노조 연맹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집권 이후 처음으로 24시간 파업을 벌였고, 약사협회도 약품 규제 완화에 항의하며 휴업시위 중이다.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그리스 의회 의사당. (사진=뉴시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