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였죠? 수도권 주택매매시장이 오랜 침체를 접고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흔히 보이던 것들이 어느샌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것들이겠죠.
애프터리빙제. 미분양이 넘쳐나던 시절, 사회적 문제도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과 연계, 미분양을 처리하기 위해 등장했죠. 2년 간 전세로 살아보고 계약 만료 시 구입을 검토해 보라는 건설사의 절박한 마케팅 기법이었죠. 유사한 상품으로 프리리빙제도 있었죠. 수도권 곳곳에서 애프터리빙제 아파트 선전 현수막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죠. 사실상 전세입주지만 서류상으로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향후 집값이 상승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들이 많았죠. 여러 불안 요소에도 불구, 전세난에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죠. 5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2만8000여가구입니다. 2009년 3월 16만6000여건보다 반의 반의 반으로 줄었죠. 당분간 애프터리빙제는 더 볼 일이 없겠죠.
버블세븐 중 하나였던 용인에 특히 많았던 고분양가 시위 입주민들도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금융위기 전 주택시장이 좋을 때 건설사들은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분양가를 상당히 높였죠. 분양가가 높다는 총평들이 많았고, 미분양 난 곳도 있었지만 일부 단지는 높은 청약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분위기 좋을 때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문제는 분위기가 안 좋을 때 터졌죠. 수도권 많은 단지 입주예정자 또는 입주자들은 분양가가 비싸다며 집단 행동에 나섰죠. 법정다툼까지 벌인 단지도 있었죠. 수분양자와 건설사 사이 오랜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해결책은 시장이 해결해 줬습니다. 일부 할인이나 지원금을 통해 다툼이 종결된 단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집값 상승과 함께 갈등은 조용히 사그라졌죠. 분양가가 비싸고 안비싸고는 토지·건축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시장 상황이 결정하죠. 아무리 비싸게 사도 오르면 싼거죠.
하우스푸어라는 말도 잊혀진지 조금 됐습니다. 수억원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집값과 매달 목을 조여오는 원리금으로 인해 가난과 걱정, 피로를 어깨에 올리고 사는 사람들을 말하죠. 금융위기 전 한창 비쌌을 때 능력을 벗어난 투자를 했던 분들은 금융위기 이후 대세하락과 함께 하우스푸어가 됐죠. 과거 무조건 가져야했던 집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젊은층의 주택소유 의식에 변화를 준 공포의 키워드가 됐죠. 일반 거래시장에서 집이 안 팔리니 법원경매장에는 물건이 넘쳤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상반기 법원에는 15만건의 경매물건이 올라왔죠. 그런데 매매시장이 회복된 올해 상반기에는 절반에 불과한 8만건이 등록됐습니다. 일반 주택시장에서 제값주고 정리할 수 있는데 법원까지 가서 처리할 일이 없죠.
시장은 돌고 돕니다. 주택 절대 부족기에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전세난은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은 현재도 사회적 문제로 다시 부각됐죠. 지으면 팔리다는 아파트는 건설사 부도를 야기한 골칫거리였죠. 하지만 최근 지으면 팔릴 정도로 호황을 보이고 있고, 수익률 개선의 효자가 됐죠. 하우스푸어, 고분양가 시위, 애프터리빙제. 지금은 사라졌지만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 날이 다시 오겠죠. 아! 지금은 없지만 분양가가 싼 아파트를 말하는 착한아파트는 다시 보고 싶네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