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말. 여름 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이수영 OCI 회장은 주요 경영진을 불러 모은 뒤 서류뭉치를 건넸다. 표지 맨 앞장의 제목은 '폴리실리콘 사업계획서'라고 쓰여 있었다.
이 회장은 "우리가 1998년에 검토한 사업인데, 이제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잘 들여다보고 사업화를 논의해 보자"는 짧은 메시지를 남긴 채 총총히 사라졌다. 1959년 설립해 유리 제조 공정등 기초화학 산업에 사용되는 소다회를 국내 최초로 양산하며 우리나라의 화학 산업을 이끌어 오던 OCI(당시 동양제철화학)가 태양광 기업으로 변신을 꿈꾸던 첫 순간이다.
OCI는 유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다회를 제조하며 기초화학소재 업체로 첫발을 들였다. 이후 화이트카본을 생산하는 한불화학(1975), 세제의 원료인 과산화수소공장(1979), 농약등 원재료인 정밀화학공장(1980), 한국카리화학(1980, 현 유니드), 실리카겔 공장(1988), TDI공장(1991), 동우반도체약품(1991)등 다양한 화학분야로 진출하면서 종합 화학회사로의 입지를 차곡차곡 다져 나갔다.
특히 경쟁사들이 외환위기(IMF)의 격랑에 휘말려 고전하던 2000년에는 제2의 도약을 맞았다. 거금을 들여 예금보험공사에 담보로 잡혀있던 제철화학과 제철유화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제철화학은 포스코의 포항공장과 광양공장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정제해 피치, 카본블랙등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를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동양화학은 이듬해인 2001년 동양화학과 제철화학을 합친 동양제철화학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OCI가 생산한 폴리실리콘. 사진/OCI
OCI는 2006년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80년대부터 실리콘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선진 화학기업들이 폴리실리콘으로 반도체 웨이퍼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에 쓰이는 전지판을 제조하는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사업 진출 과정에서 고민거리가 있었다. 후발 주자인 탓에 경쟁우위에 뒤진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OCI는 고심 끝에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제조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폴리실리콘 사업을 키워나갔다.
2008년 제1 폴리실리콘 공장(연산 5000톤)을 상업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제2공장과 제3공장을 각각 건설했다. 올 상반기에는 군산 폴리실리콘공장에 디보틀네킹(생산설비 효율화)을 진행해 7월 현재 총 연산 5만2000톤으로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GCL, 독일 바커 등과 함께 명실상부한 폴리실리콘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012년 이후부터는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에 진출하며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12년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시에 400MW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태양광 발전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400MW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꼽히는 최대 규모로, 축구장 1600개를 합한 크기에 달한다.
2016년까지 완공될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100MW 가량 설치를 완료했다. 고효율 N타입 태양광 셀·모듈 공장과 양축 태양광트래커 공장도 준공하며 관련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태양광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저장성 자싱시와 시저우구에 2016년까지 총 2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음달 2.5MW규모의 태양광발전소가 상업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 발전소는 준공 후 25년간 1000만달러(한화 약 110억원)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