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프로그램 '집밥' 백 선생 방송이 나간 이후 일요일 저녁 마트에는 통조림을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시각 주말 강남에는 두 명이 함께 맥주 한두 잔만 시켜도 10만원이 넘는 데블스도어에는 길게 줄이 서 있을 정도로 붐빈다.
최근 소비트렌드의 특징은 양극화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라 저렴한 것을 추구하는 이들은 더 알뜰해지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대상에 대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소비하려고 하는 경향으로 나뉘어졌다.
이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불황기의 소비패턴으로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을 겪었던 일본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100엔숍을 자주 이용하는 알뜰형 소비자와 단카이세대 부모의 자녀로 태어난 2000년대 단카이주니어가 있다. 단카이주니어는 풍족한 청년기를 보낸 덕분에 명품을 선호하고 캐릭터와 피규어 등에 열광하는 가치지향적 소비를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불황으로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에 대한 구매 욕구가 저하되면서 먼 미래보다 현재의 나에게 보상을 주고자 하는 작은 사치라고 해석한다.
투자자들은 작은 사치에서 투자포인트를 찾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치성 소비 즉, 작은 사치는 나를 위한 소비, 개인별로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트렌드를 의미한다"며 "경제는 불황이어도 공연과 게임, 취미와 여행, 고급레스토랑, 애견 등 가치 지향적 산업은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줄어든 월급봉투와 팍팍한 일상에도 애견용품, 고가의 자전거, 프리미엄 오디오, 피규어, 럭셔리 여행, 고급 레스토랑 등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계청도 최근 가계소비동향조사 결과 전국 월평균 소비지출액 가운데 악기 기구, 장난감이나 취미상품, 운동 및 오락서비스 문화서비스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작은 사치는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가치 지향적 소비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품에 대한 지출을 제일 마지막에 줄이려고 할 것이다. 아울러 불황기에 따라오는 저가형 합리적 소비 또한 스트레스를 높이는 소비활동이기 때문에 이를 풀기 위해서라도 작은 사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