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실업자' 10년새 2배 늘었다

'05년 6만7천명에서 지난해 12만6천명으로 늘어
'고학력화·저성장·비정규직 확대' 등 3중고로 청년고용 악화
한은, 주요국과 한국 청년층 고용상황 비교 보고서

입력 : 2015-07-20 오후 4:05:00
청년 일자리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속칭 '고학력 백수'들이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하는 고학력자가 80%를 넘어설 정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더딘 경기회복 탓에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고학력·저성장·비정규직' 등 구조적 문제가 청년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과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상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세 둔화와 청년층 고용시장을 둘러싼 구조적·제도적 여건 미흡으로 2000년대 중반이후 청년층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청년층 고용률은 2004년 45.1%에서 올 6월 41.4%로 하락했다.
 
대학졸업이상 실업자 수는 2005년 6만7000명에서 2014년 12만6000명으로 2배나 늘었고, 같은 기간 실업률도 6.0%에서 9.3%로 급증했다.
 
청년 실업자 가운데 대학졸업 이상 고학력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52.2%로 집계됐다.
 
한상우 한은 국제경제팀 과장은 "대학진학률 상승으로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되면서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40%에 못 미치던 대학진학률은 2004년~2009년 80%를 넘어섰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도 청년층 고용시장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양분되면서 근로조건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이다. 졸업을 늦춰서라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려는 청년이 많아지는 등 첫 직장선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는 셈이다.
 
실제로 2005년부터 작년까지 청년층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들) 수는 57만7000명에서 66만4000명으로 늘었고, 대졸이상 니트족은 12만명에서 19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뎌진 성장세도 구직활동에서 '을'에 있는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청년층에 대한 고용흡수력이 빠르게 약화되면서 고용흡수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성장이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제조업 및 수출을 중심으로 이뤄지자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능력도 크게 약화됐다. 2000년 이후 성장률에서 제조업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진 반면 청년층 취업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은 줄어들었다.
 
제조업의 경우 2000년 22.7%에서 작년 29.0%로, 수출은 30.5%에서 56.8%로 크게 높아졌지만 서비스업은 55%애서 21%로 큰 폭 감소했다.
 
이같은 청년층 고용시장을 둘러싼 제도적·구조적 요건이 미비된 상황에서 청년층 고용상황의 개선이 쉽지 않은 과제로 지적된다. 이에 정부도 이달 중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담은 '청년고용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책 발표에 앞서 천안고용복지센터와 한국기술교육대를 방문해 청년 고용간담회를 가졌다. 최 부총리는 "청년 고용문제 해결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자세로 고용·교육 분야의 구조적인 대책과 단기간 내에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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