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50원을 넘으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민감도가 높은 종목들을 점검해가며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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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10원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150원을 돌파해 2년 여 만에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과 외환 당국이 수출 촉진을 위해 원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는 위험과 기회 요인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주식투자자들에게 있어 양날의 칼과도 같다고 평가했다.
원화 약세는 수출주들의 이익 개선 모멘텀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지난달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가 반영돼 원화 환산 수출액이 7.1% 증가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전환은 내수주에서 수출주로의 시장 주도권 이동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핵심 수출 대형주 가운데 향후 실적 우려가 안정화되고 선진·이머징 동종업체 대비 상대 밸류메리트가 돋보이는 IT, 자동차, 화학 등에 대한 저점 매수 전략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 개선 효과가 3분기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실제로 주식시장에 영향환을 미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지연(Time-lag)이 필요하다"며 "7월 수출의 추가적인 회복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대형 수출주 반등의 연속성에 대한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 우려를 높이기 때문에 원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인 측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통화 가치는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대상국 통화 약세는 환차손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 누적순매수와 원·달러 환율은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65)를 나타내고 있다.
김효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주식시장에 호재로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는 환차손을 우려하는 외국인의 대형 매도 포지션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통화가치는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탈을 반영하므로 전기전자, 건설, 증권, 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