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KN-02와 스커드미사일로 대부분 대기권(100km) 내 또는 150km 이하의 저고도로 날아온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특성상 사거리가 짧고 비행고도가 100~150km를 넘지 못하는 이런 미사일을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의심스럽다.”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해도 북한이 쏜 미사일을 막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또 나왔다. 군 출신인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한반도평화포럼이 개최한 ‘사드의 대북억지, 효용성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남한을 타깃으로 하는 북한 미사일의 특성상 사드의 효용성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사드는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나 해외 주둔 미군기지, 인구밀집지역 등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방어체계이다.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 직전이나 직후 종말단계의 높은 고도(40~150km)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개 포대에 6대의 이동발사대가 있고, 발사대 1대에 8기의 요격미사일이 장착되며, 레이더와 지원장비, 통신장비 등으로 구성된다.
김동엽 연구위원은 또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시 급격한 공기 밀도의 변화로 인한 충격으로 생기는 탄두부의 파손과 급격한 속도 변화로 인해 나선운동을 하며 떨어지기 때문에 종말 비행궤적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사드의 요격미사일이 탄두에 명중되더라도 탄두가 공중폭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기만탄(레이더를 교란시키기 위한 가짜탄) 식별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해 3월 노동미사일의 최고고도를 160km까지 높여 사거리가 600km가 되도록 발사하는 ‘높임궤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거리 1300km로 일본을 타깃으로 하는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고도를 높여 짧은 사거리가 나오도록 발사할 경우 주한미군이나 남한의 주요 도시를 공격할 수 있는데, 한·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저고도 요격체계로는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엽 연구위원은 “사드가 요격 가능한 고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주장”이라며 “그러나 사거리 1000km 이상으로 개발된 노동미사일을 400km 이하로 발사하는 것은 정확성 등의 문제로 극히 드문 일”이라며 국방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궤도를 높이는 방식은 비행시간이 길기 때문에 감시와 추적에 노출되기도 한다”며 “핵탄두를 탑재해도 노동미사일보다 스커드미사일이 (남한을 공격하기에) 더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강조했다.
군사기술적인 한계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외교·국방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난해부터 유포시키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한국 정부가 구매하지 않더라도 대북 연합억제전력으로 분류돼 그 운용비용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한국 정부가 지급)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의 미사일방어(MD) 참여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고 포위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AN/TPY-2)가 자신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 레이더가 미사일이 떨어지는 단계(종말단계)를 탐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AN/TPY-2 레이더를 중국과 러시아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은 빠르면 4시간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괜한 우려를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사드 배치의 비효용성을 더 강조하면서, 사드는 현재 성능테스트도 안 된 무기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한반도 배치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사드 배치론을 유포하는가? 김 편집장은 “미국은 사드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방어(MD)로 구축되는 한·미·일 집단방어체제라는 새로운 동맹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사드 자체의 효용성보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함으로써 미국이 원하는 지역적 MD를 구축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논란을 정치적 맥락으로 해석하는 설명도 나왔다.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사일 방어망을 핵심으로 하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구축한다는 미국의 (동북아) 지역 정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얼마나 충성도를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이슈로 사드 얘기가 돌아다니도록 (미국이) 내버려 두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국내정치적 맥락으로 설명했다. 그는 “사드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론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여당의 사드 찬성론자들은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대해 안 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간다”며 “이 논쟁을 내년 총선까지 끌고가 2012년 총선 때의 제주해군기지 논란과 마찬가지로 ‘안보를 걱정하는 여당’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지난 10일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차관보 방한에 맞춰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사드 도입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즈 차관보는 사드를 한반도에 영구 배치해야 한다는 등 이 문제를 자주 언급한 인물이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