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2006년부터 공식적으로 대리점 고용에 직접 개입해 온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자사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조항을 근거로 대리점의 영업직원 수를 제한하는 등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한 혐의다. 특히 이번 사례는 공정위가 본사의 대리점 경영간섭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8일 공정위는 기아차의 이같은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5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아차는 대리점 소속 영업직원이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판매코드를 지연 발급하거나 발급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리점 인사에 직접 관여해 왔다.
이는 지난 2006년 9월7일 기아차가 자사 판매지부 노조와 맺은 '영업 별도합의서'에 공식 규정한 '대리점 영업직원 총 정원제' 하에서 이뤄졌다. 합의서에는 "회사는 대리점 영업인원에 대해 적정 인원 이하를 유지토록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에 따라 기아차 노사는 매 짝수년도마다 대리점 전체 영업직원 수를 갱신 결정해 왔다. 그런데 이 숫자는 2006년 첫 합의 이후 4566명에서 매번 갱신 때마다 거듭 줄어 지난해 4504명까지 감소했다.
기아차는 본사 및 직영점과 대리점을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데, 렌트카 회사 등 대량 물량만을 취급하는 본사를 제외, 일반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는 본사 직영점과 대리점 사이에서 직영점 편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리점은 본사와 위탁 판매계약을 체결했을 뿐 법적으로는 개별 사업자로서 자체적인 직원채용 등 자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다만,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해 대리점은 본사와 '자동차 판매대리 및 사후관리에 관한 계약'을 맺고 이에 따라 영업직원 채용 등과 관련해 본사로부터 일부 제한을 받아 왔다.
기아차는 이를 '판매코드' 발급을 통해 관리해 왔다. 대리점 대표가 영업직원을 모집해 본사에 판매코드 발급을 요청하면, 기아차가 결격사유 해당 유무를 판단한 뒤 판매코드를 발급을 결정하는 방식으로서다.
그런데 기아차가 당초 취지를 넘어 대리점의 직원채용을 방해하거나, 직원해고를 강요하는 등 인사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아차는 '대리점 영업직원 총 정원제'에 따라 정한 총 정원에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대리점 214곳의 판매코드 발급을 거부(197건)하거나 지연(238건) 처리했다.
특히 이같은 행위는 신차 출시로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던 2010년(157건)과 2011년(172건)에 집중 이뤄졌다. 본사 판매노조의 영업활동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은 행위다.
기아차는 또 대리점이 요청한 신규 판매코드 발급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기존 직원의 판매코드를 삭제해 해고토록 하거나, 실적이 떨어지는 영업직원의 해고를 강제한 혐의도 빚었다.
이밖에도 기아차는 대리점과 체결한 계약서에 "채용 직전 6개월 내 자동차 회사의 판매조직에서 근무했던 자는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넣어, 대리점의 경력직원 채용도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로 대리점 18곳은 판매코드 발급 요청을 거부(12건)당하거나 지연처리(7건)를 받았다.
공정위는 기아차의 이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판매코드 발급 부당 거부 및 지연 ▲경력직원 채용제한 등을 시정하도록 명령하고, 정액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김재중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대리점의 손해나 기아차의 이익을 산정할 수 없어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과징금 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앞으로 공정위는 대리점 등 거래상 열위에 있는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