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통과된 크라우드펀딩법은 창업 초기기업의 자금 고갈현상을 해소하고 투자자들이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
고용기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사진)은 지난 29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비상장기업들도 투자대상으로 인식되는 국면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운영자들의 책임의식도 높아져야 하는 만큼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용기 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 사진/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
지난 2012년 세워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오픈트레이드의 대표이기도 한 고 회장은 "창업 후 1~5년 기간에 있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규모를 8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며 "크라우드펀딩법이 시행되고 5년 내에 활성화된다면 해당 시장규모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펀딩 참여를 통해 우수한 기업이 투자를 받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새롭게 발견 및 형성되는 것이죠. 이는 기존 상장 주식투자 시장보다 훨씬 더 클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의 집단지성과 기업의 성장스토리 공감 및 공유, 십시일반 투자라는 3가지 요소를 통해 비상장시장의 투자 비효율성을 해결하고 부담도 줄일 수 있어요."
투자자들의 크라우드펀딩 개별투자액은 적겠지만, 금액이 모이면 기업에 우호적인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마이크로 앤젤투자자라는 집단이 출현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미 한국의 오픈트레이드나 미국의 엔젤리스트 등의 경우 선도투자자가 기업을 소개·평가함으로써 소액 개미투자자들과 함께 투자하는 '신디케이트' 방식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집단은 기존의 개별 앤젤투자자나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과 상호 협력함으로써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도 개발에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이뤄내는 벤처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아름다운 투자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까지는 사회전반에서 재무적 투자가 일반적이었다면 지금 진화하고 있는 공감과 공유적 측면이 기반이 된 투자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다만 법안 통과내용 중 투자자 1인당 연간 투자한도를 500만원으로, 동일 기업으로의 투자한도를 200만원으로 정해놓은 것은 너무 적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억원을 모집하려고 한다면, 통과된 법 내용대로라면 적어도 최대 한도 200만원을 투자하는 150명을 확보해야 해요. 투자자가 연간 투자한도 500만원을 10분의 1로 쪼개 위험을 분산하고자 한다면 투자자 600명이 모여야 하고요. 이러한 부분은 향후 조정 또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을 위한 자본금이 5억원으로 낮게 설정되고 등록만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점, 증권신고서 제출 면제로 인한 중개업체 난립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를 정식 협회로 승격시켜 스스로 공적인 자정기능을 갖추고 협회를 통한 회원사간의 정보 및 통계 공개, 협회 공동의 준칙마련 등으로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과거 금모으기 운동을 예로 들며 크라우드펀딩을 네티즌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투자하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사업 내용과 콘텐츠, 성장스토리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누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단, 결과에 대해서는 자기 책임이 따르는 만큼 각자 보유하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잘 활용해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잠재력과 시장파괴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많이 발굴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