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외국인에게 인터넷 개방한 북한, 변화의 전조인가

도시·농촌 곳곳 실시간 ‘중계’…주민들 인터넷 안되는 터치폰

입력 : 2015-08-02 오전 11:42:39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의 실생활을 담은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세상에 나오고 있다. 2013년부터 북한이 외국인에게 3G 네트워크를 통한 인터넷 사용을 허락했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훨씬 원활하게 작동되는 듯한 인상이다. 이집트의 오라스콤이 북한과 합자회사 ‘고려링크’를 설립해 3G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든 스마트폰의 소셜 네트워크 앱을 열면 포스팅되어진 북한 사진들이 줄을 잇는다. 포스팅의 주체는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인과 여행자들인데, 이들에 의해 평양과 북한의 모습들이 여과 없이 실시간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그날의 환율 시세(‘외화교환시세표’)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며, 출퇴근 시간에 평양 중심지의 교통 상황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새로 나온 고려항공 택시의 디자인과 색깔, 평화자동차의 신모델 SUV 차량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북한 주민들이 운전하는 고급 외제 신차의 모습도 이채롭다.
 
최근 평양에 새롭게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인도 위에서 차도 쪽에 만들어지고 있는데, 1m 조금 넘을 것 같은 폭으로 가장자리에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 경계를 나타낸다. 안에는 초록색이 칠해져 있고 가로로 흰색 자전거를 그려 넣었다. 그림 앞에는 자전거의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해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운영 방식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주치기도 하며, 아직도 그리다 만 자전거의 모습이 눈에 띠는 것으로 봐서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도심의 그럴싸한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모습, 기차 타고 압록강 국경을 건널 때의 풍경, 지나가는 행인의 표정 등 어떤 사진이건 가리지 않고 올라와 있다. 적어도 외국인들에게 사진 촬영만큼은 자유롭게 허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 알려진 ‘재미동포 아줌아’의 자유로운 사진 공유 및 출판 활동을 보더라도 북한이 사진 이미지에 대해 과거와 같이 통제 중심의 방침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스스로 보기에 도시의 외관 중 보기 안 좋은 곳도 있을 수 있으나 거리낄게 없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자신감일 수도 있겠다.
 
평양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모습은 특히 눈길을 많이 끈다. 전철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과반은 못되지만 적은 숫자는 아니다. 스마트폰의 모양을 하고 앱이 설치되어 있는 ‘터치폰’(‘아리랑’ 또는 ‘평양터치’ 모델)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띤다. 그 터치폰으로 공원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들은 우리들의 일상과 다를 바 없다. 주민들에게는 3G가 제공되지 않으니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스마트폰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여성의 외모 변화도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헤어스타일은 다채롭지 않다는 인상을 주지만 매우 굽이 높은 하이힐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으로 보이며, 여성들의 패션이 비교적 다변화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현지지도 장소였던 광복지구상업중심(광복백화점)과 여러 쇼핑몰들에도 손님이 제법 북적인다. 배급에 의한 소비경제 사회로 알려져 왔던 북한이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를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인터넷통계 기관의 집계에 의하면 북한은 최근까지도 인터넷 유저의 숫자가 확인되지 않는 세계 10개 국가 중 하나이다. 나머지 국가들 중 인구가 5만 명이 넘는 나라는 하나밖에 없다. 이러한 북한이 적어도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3G 인터넷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다 용이하게 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운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을 외형만이라도 받아들인 것도 하나의 전조가 아닐까 한다. 인터넷의 개방은 곧 북한의 개방을 뜻하는 것으로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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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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