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된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부자의 난’으로 변질, 확전되고 있다.
그 과정서 롯데의 전근대적 경영행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투명하지 못한 기업의 지배구조와 이사회 동의 없이 손가락 하나, 종이 한장으로 등기이사들을 해임하려던 창업자(신격호)의 독단적 경영, '신동빈대 반신동빈'으로 축약되는 친척간 이전투구 등 평범한 사람으로써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연매출 83조원, 임직원 10만여명의 재계 순위 5위 기업의 경영권을 가족회의에서 결정한다는 보도는 국민들의 마음에 허탈감을 안겨줬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에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어 대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 일본어로 작성된 지시서 등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국민 배려 없는 ‘그들만의 리그’는 롯데 뿐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수년간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재벌가의 경영권 싸움을 지켜봤다. 지난 2000년 있었던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과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분리된 금호그룹 분쟁, 형제들 간 다툼 끝에 박용호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두산그룹 비극, 아버지와 아들의 경영권 다툼으로 아버지가 이혼으로 혈연을 정리한 동아제약 등 국내 주요 재벌그룹 가운데 경영권 분쟁을 겪은 곳이 18곳이나 된다.
재벌의 성장 뒤에는 이들을 응원하고 이들의 제품을 구입한 국민들이 있었다. 과거의 정부들도 각종 특혜를 제공하며 이들의 성장을 도왔지만 이들은 기업이 자신들만의 것인양 행동한다.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들 재벌들은 가장 중요할 때는 국민의 기업임을 자임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오너의 비리가 적발되고 법의 심판을 받을 때다. 그때는 한없이 몸을 낮춘다. 오너가 구속되고 법정 처벌을 받으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해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맞아 8.15 특별사면에
SK(003600) 최태원 회장과
한화(000880) 김승연 회장 등 재벌 총수를 포함한 경제인의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돈 문제로 싸울 때는 국민의 심정은 전혀 고려치 않으면서도 비리로 오너가 구속될 때는 국민 경제를 내세우는 이분법적 행태, 그리고 재벌 사면을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생활부장 정헌철 hunchu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