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좋은 스타트업이요? 시장·기업·사람 모두 비정상이어야죠"

입력 : 2015-08-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류석기자]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장에 풀린 자금이 벤처·스타트업 업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6월28일 발표한 '2015년 상반기 벤처펀드 투자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는 9569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6912억원 대비 38.4% 증가했다. 또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벤처투자 업체의 수도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517개로 나타났다. 때문에, 항간에서는 현재의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유사이래 가장 뜨거운 시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은우 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사진제공=소프트뱅크벤처스)
 
◇벤처, 대기업, 스타트업 두루 거친 이은우 상무
 
이러한 스타트업 업계에서 IT 기술을 바라보는 혜안과 트렌드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으로 주목받고 있는 벤처 투자 심사역이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SBVK) 투자팀의 이은우 상무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며, IT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쌓은 이 상무는 여러 기업을 거쳐 2007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했다. 현재는 회사의 파트너로서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전자상거래, 보안 및 교육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 심사를 맡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한국 내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로, 2000년 설립 이후 국내 벤처·스타트업은 물론 아시아 지역 유망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창업투자전문회사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현재 약 35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국내외 180여개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회사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고 발전시키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벤처기업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은우 상무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하기 이전 벤처기업,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대학 재학 당시 병역특례 과정을 통해 정보보안 분야 기업에서 3년 간 일 하면서, 벤처기업의 성장과 부침을 경험했다. 또 삼성전자 해외영업팀에서 이동통신 시스템을 중국에 수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대기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영업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두루 겪어보기도 했다. 삼성전자 입사 3년 후 사직서를 던진 이 상무는 1년 간의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와 포항공대 동기들과 함께 IPTV 플레이어를 만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 상무는 "스타트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자신에 대한 부족함을 느꼈고, 벤처 투자업계로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혁신 기술 가진 스타트업 탄생, 해외 M&A 활성화가 해법"
 
6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은우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잘 나오지 않는 국내 업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 상무는 국내에서 다양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탄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해법으로 '해외 M&A'를 꼽았다. 그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국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해외 투자 및 M&A 시장으로 눈을 돌려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국내에 3곳 이상 있지 않는 한 국내에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는 기술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 및 M&A를 진행할 만큼의 산업적 토양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스타트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줄곧 국내 스타트업들이 기술적 역량이 필요한 분야 보다는 서비스 중심의 기술적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국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사례는 보기 드물다. 이 상무는 "국내에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사례가 드물었던 탓에 국내 투자사들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 배달의민족 등 이커머스 및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사들로 부터 대형 투자를 이끌어 내며, 스타트업 업계에서 주요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소프트뱅크벤처스)
 
◇시장·기업·사람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투자 결정
 
앞서 말했듯, 시장에 많은 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몇몇 투자사들은 막상 투자 할만한 곳은 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스타트업들은 'VC들이 대체 어떤 기준으로 투자 결정하는지 의문"이라고 불평한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투자사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모두 비정상적이어야 한다"며 "비정상적이라고 느낄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그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독점적 위치를 점할 수있는 기업, 돌발 변수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이 상무는 "벤처투자사들로 부터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시장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그 안에서 독점할 수 있는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 투자사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독점할 수 있는 시장으로는 기술 중심 솔루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예로 들었다. 독점할 수 없는 시장으로는 치킨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치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해온 시장이지만, 벤처투자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치킨 시장은 한 사업자가 독점하기 불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매력적이라면, 과연 독점할 수 있는 기업인지 어떤 곳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보유와 선점 효과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단적인 예를 든다면, 30초만에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은 그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바일 서비스에서는 선점효과가 승자가 되는데 큰 요소를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이 빠르게 성장할 것 같은 시장을 선점해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쿠키런'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데브시스터즈를 사례로 들었다. 2011년 데브시스터즈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를 진행한 이후 출시된 게임 대부분이 실패를 거듭했지만, 얼마 후 쿠키런의 흥행으로 데브시스터즈는 IPO(기업공개)에까지 성공했다. 이는 이 상무가 미국에서부터 지켜봐 온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대표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상무는 "투자사 입장에서 앞서 얘기한 성장성이 큰 시장과 독점할 것 같은 스타트업을 예측하는 것은 모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대체로 반만 맞고 반은 틀리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스타트업의 창업자 혹은 구성원이 매일 돌발 변수가 발생하는 시장에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사림인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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