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지난 2000년 시작된 ‘개방형 직위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넘어가지만 민간인 임용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인사혁신처(처장 이근면)에 따르면 전체 428개 개방형 직위 가운데 민간인이 채용된 직위는 지난 6월 말 기준 79개로 임용률은 18.5%에 불과했다. 반면 내부 직원(196개)이나 다른 부처 공무원(31개) 등 공무원이 채용된 직위는 모두 227개로, 53.0%다.
즉 폐쇄적인 공직사회에 ‘민간인 외부전문가’라는 피를 수혈하자는 취지로 제도가 도입됐지만 절반 이상을 공무원 출신들이 꿰차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개방형 직위로 지정은 했지만 공모절차조차 이뤄지지 않아 공석인 직위도 122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처별로 보면 미래창조과학부, 관세청, 농림축산식품부, 특허청, 농촌진흥청, 대검찰청 등 15개 중앙행정기관의 민간인 임용률은 0%였다. 기획재정부(6.7%), 외교부(8.1%), 고용노동부(9.1%) 등도 10% 미만이었다.
반면 여성가족부·원자력안전위원회·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민간인 임용률은 100%였고, 병무청(75.0%)과 국세청(70.0%) 등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아울러 인사혁신처가 정부 각 부처 국·과장급 직위의 민간인 임용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하고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선발 절차에 들어갔지만, 각 기관의 비협조로 제도 시행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혁신처가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경력 개방형 직위는 147개지만 13개 기관은 3개 미만을 적어 낸 것으로 나타났고, 국무조정실 등 6개 기관은 단 한 곳도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대검찰청은 민간인 임용률도 0%에다 경력 개방형 직위 지정도 0개다.
인사혁신처는 이달 중 각 기관으로부터 추가로 경력 개방형 대상 직위를 제출받아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지난 달 1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을 방문해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의 인사 고충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