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중2병'은 공부 강요로 만들어진 병

입력 : 2015-08-12 오전 6:00:00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사랑샘' 원장
소아정신과 진료를 하다보면 치료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대상이 청소년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 중 특히 어려운 대상이 있는데 바로 중2 청소년들이다.
 
치료자 입장에서 볼 때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부모 말을 듣고 순응하는 편이다.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이 보다 분명해서 치료적 접근이 용이하다. 그러나 중학생들은 정신과 치료가 매우 어렵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중2병'이란 신조어다.
 
중2가 되면 나이는 만 13세-14세가 된다. 이 시기는 초등학교를 거친 후 보다 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중간 단계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교육 과정을 보면 고등학교 진학이 보다 더 복잡해지고 치열해졌다. 결국 중학교 시기 청소년들에게 보다 더 많은 교육을 강요하게 되었다.
 
한편 이 시기는 가장 혈기가 왕성한 시기로, 신체적 발달이 최고조가 되어 신진 대사율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신체 크기도 거의 어른과 같은 정도로 성장한다. 2차 성징도 더욱 확연히 나타나 신체적 굴곡도 확실해진다. 즉, 신체적 발달은 성인이지만 심리적 발달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사춘기’라고 하는데 ‘중2병’이란 단어는 사춘기를 대표하는 신조어인 것이다.
 
사춘기 하면 우리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 혹은 '반항'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이 시기는 부모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이 강해진다. 이런 모습은 기존 세대의 권위에 대해 도전적으로 보이는 시기이다. 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해서 남을 설득하기 위한 주장도 완벽하지 못하다. 때문에 이들의 반항은 '이유 없는 반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시기에 우리나라 아이들은 특성화고등학교나 자율사립형고등학교 등 더 좋은 학교 입학을 위해 해도 해도 끝없는 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많은 공부는 아이들 대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뇌는 좌우 반구로 나누어져 있는데 뇌량이 있어 좌우 반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춘기 전에는 정서적 발달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대뇌는 여러 가지 자극을 받으면서 성장한다. 뇌량은 사춘기 시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감성 발달이 이루어진 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이성적 사고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서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이성적 사고 발달은 기대하기 힘들다. 어릴 때부터 놀이를 통한 즐거운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감내하는 힘 또는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 일에 대한 인내력도 많이 부족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과중한 공부는 중학생 아이들을 쉽게 지치게 하고 의욕을 꺾게 된다. 그 악순환으로 아이들은 쉽게 화를 내고 잘 참지 못하면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쌓이게 되는데, 급기야는 부모나 선생님 말에 심하게 반항하는 소위 중2병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 중2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부 스트레스를 덜어주어야 한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공부를 줄여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나중에 더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공부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