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번호이동 고객요금 무단 인출

"이동 전 요금 고지 없이 빼가"

입력 : 2009-06-15 오전 9:46:28

[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이달초 A이동통신사에서 KT로 번호이동을 했던 김희영(가명·31세)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지난 11일 KT가 자신의 계좌에서 14만원 가량을 빼간 사실을 발견했다.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던 김씨는 "뭔가 착오가 생겼겠지" 생각하고 KT측에 전화를 했다가 깜짝 놀랐다. 그 비용은 김씨가 A통신사에서 사용했던 요금으로, 번호이동을 하면서 KT가 대신 내주고 그만큼을 빼간 것이란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굴지의 통신사인 KT가 임의대로 요금을 정산하고, 말도 없이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빼갔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KT 고객센터에 전화를 한 김씨는 "받을 돈이 있다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돈 받을 사람 지갑에서 현금을 빼가면 그게 절도가 아니고 뭐냐"고 항의했지만, KT측은 "전 이통사 청구요금은 대리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답변했다.

 

현재 대리점에서 번호이동을 할 경우 고객이 전 통신사의 요금을 납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변경할 때 해당 통신사 대리점에서 이전 통신사에서 사용하던 요금을 정산해 납부한 뒤 이동을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일단 번호이동 뒤 해당 통신사가 이전 요금을 대신 납부하고 고객에게 다시 부과하기도 한다.

 

김씨의 경우에서 보듯 KT는 대납 뒤 요금을 부과할 때 대리점이 고객에게 잘 설명하도록만 할 뿐, 별도로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결국 대리점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 경우 KT가 아무런 설명 없이 고객의 계좌에서 무단으로 돈을 빼가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이통사간 고객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일단 가입자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경쟁이 확산돼 폐해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T는 번호이동 고객에 대해 KT와 같은 방식으로 이전 요금 문제를 처리해오다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최근 시스템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LGT 사업자가 고객대신 전 이통사의 요금을 대납한 뒤, 한달 뒤 자사에서 사용한 요금을 청구할 때 대납분을 함께 청구하도록 한 것이다. LGT 관계자는 "이전 통신사 통화 요금에 대한 고객의 오해나 불만을 사전에 차단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이통사인 SKT도 번호이동을 한 다음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전 이통사에서 쓴 요금을 문자메시지로 고지해주고 있다.

 

그러나 KT측은 “번호이동의 편리성을 위한 제도이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대리점이 설명을 잘 하고 있고, 약관에도 '이전 통신사 요금을 이관한다'고 명시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뉴스토마토 송수연 기자 whalerid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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