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경기회복 신호에 '유동성 탈출 시기' 논의 시작

"정책 선회 일러" vs "인플레 고려해야"

입력 : 2009-06-15 오전 10:08:37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선진 주요 8개국(G8)의 재무장관들이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상함에 따라 재정적자와 은행구제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방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레체에서 지난 주말동안 진행된 경제 장관 회의에서 각국은 글로벌 경제 성장이 회복됐을 때 전개될 탈출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G8은 국제통화기금(IMF)에 2년간 위기 재발 없이 어떻게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를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G8 장관들은 2조달러 이상의 경기부양 자금의 고삐를 지금 죄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결론 내렸다.

 

미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는 13일(현지시간) 회의를 마친 후 “정책을 억제하는 쪽으로 선회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성장은 정책의 주요 포커스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너무 빨리 경기부양 조치를 철회하면 회복이 시작되기도 전에 경제를 질식시킬 수 있고, 또 조치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대출 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또 이들은 지난 주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0월 이래 최고치에 달한 점을 감안, 시장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이와 관련, 큠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빌 위더렐은 “현재 시장은 구체적인 탈출 전략이 나오는 걸 고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고려를 시작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경기부양을 철회하기 위한 노력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 지지

중앙은행장들의 불참으로 인해 이번 G8 성명서에서는 통화나 금리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채와 달러는 일부 지지를 얻어냈다. 러시아 재무 장관 알렉세이 쿠드린의 경우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달러가치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미국채 보유량을 일부 변경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미 국채 수익률을 4%까지 급등시키며 미 국채와 달러 하락세를 이끈 바 있다.

 

쿠드린은 레체에서 “달러 대체 자산을 말하기에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도미니크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약달러를 예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독일 재무장관 피어 슈타인브뤡 역시 “지난 4개월간 달러 대비 유로가 10% 오른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약달러 우려를 불식시켰다.

 

상승기조 보고
 

G8 장관들은 60년래 최악의 경제 침체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며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붕괴 이후 현재 경제 전망이 가장 밝아졌다고 진술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제조업과 독일 투자 심리가 가까운 시일내 회복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최대 주택자재업체 홈디포는 지난 10일 2009회계연도 이익이 예상했던 것보다 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억만장자 리차드 브랜슨이 일부 소유하고 있는 항공사 버진 아메리카도 12일 예상보다 여행객이 늘어 1분기 손실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여전히 지난주 지표들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을 보여줬다. 4월 유럽 산업 생산은 최악을 기록했고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12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매우 취약하다며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G8 장관들은 성명서에서 “안정의 신호들”이 있긴 하지만 실업률과 상품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진술했다.

 

◇구체적 탈출 논의는 없어
 

가이트너 장관과 영국의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이번 G8 회의에서 각국 장관들에게 너무 빨리 경기부양책을 전환하지 말 것을 힘주어 경고했다. 반면 독일 장관 슈타인브뤡은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신용할만한 탈출 전략”을 찾자고 강조했다.

 

달링 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아무도 탈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각국의 관료들은 유럽이 미국을 따르는 것을 거절하고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행동하게 하거나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게 함으로써 위험에 처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했다. 유럽 정부들은 금융시스템 전반을 시험하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은행들이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상환에 놓여 있으며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 위기를 재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갑론을박했다. 
 

슈타인브뤡 장관은 “우리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원하지만 개별 은행이 아닌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원한다”며 “유럽과 독일의 특정 금융 섹터는 북미와는 이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의 회의론

 

이와 같은 유럽의 저항은 종전 세계전반에 걸친 회복이 가로막힐 위험을 우려했던 캐나다 재무장관 짐 플래허티로 하여금 미국 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G8 성명서에서는 이 주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캐나다의 플래허티 장관은 회의가 끝난 후에 유럽 입장에 대해 일부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재무장관 기울리오 트레몬티는 유럽 대륙이 논의를 곧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G8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8개국으로 구성된다. 각국의 장관들이 이번에 미리 선정한 의제를 토대로 오는 7월8~10일 이탈리아의 아퀼라에서 세계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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