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안전부품제조업체를 설립한 C씨는 이번회사 설립 전까지 3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가족의 집까지 경매에 부쳐지고 이혼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이겨낸 그는 오는 9월 네 번째 사업을 앞두고 막바지 공장설비를 갖추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C씨는 "지난날을 돌아보면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실패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무한신뢰하고 나를 깨닫는 과정을 거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침체 장기화로 인해 폐업자가 꾸준히 발생하며 가족해체 등의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폐업자 수는 매년 85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600만개 내외의 기업이 생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업자의 13% 가량이 매년 폐업하는 것이다.
출처/국세청 통계연보
지난해 통계청의 기업생멸통계에서도 창업기업들의 생존율이 3년차 38%를 거쳐 5년차에는 30.9%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패를 경험한 중소기업인들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2013년 10월 마련한 재도전 종합대책을 바탕으로 재기기업인들이 겪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재도전 활성화를 돕는 정책들을 마련, 추진 중이다. 재기 기업인들의 실패를 최소화하고 실패 부담을 완화해 재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회생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평균 9개월에서 3개월 가량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신속 회생절차(간이 회생제도)를 올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사업전환 및 구조개선을 위한 전용자금도 올해 신설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 내에 재도전 종합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재도전기업인 대상 분야별 심층상담과 맞춤형 처방을 실시하고 있다.
재도전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연대보증 면제 건수도 대폭 확대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신용보증·기술보증기금의 연대보증 면제 건수가 지난 2013년 7건에서 2014년 295건까지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신용정보 관리규약 개정을 통해 재창업자금 지원을 받은 사람의 경우 부정적 신용정보를 즉시 해제하고 공유하는 제도도 일부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보유한 예비 재창업자 또는 재창업 3년 이내 창업기업, 경남 통영 죽도에 위치한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힐링캠프 수료자 중 개발원이 추천한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재도전 성공패키지'도 올해 신설됐다. 재창업교육부터 후속 연계지원까지 단계별 지원책을 마련했으며 최대 7000만원의 정부지원금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직하게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기업인에 대해 신용회복과 재창업에 필요한 운전·시설자금을 지원하는 재창업자금(융자) 규모도 2012년 200억원에서 해마다 늘어 올해 700억원까지 확대됐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치고 창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창업 지원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기청장은 지난 13일 열린 '2015 대한민국 재도전 희망포럼'에서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사업 중 하나가 재기지원사업"이라며 "대한민국이 희망을 걸 수 있는 분야인 제조업에서 재기기업인들이 어떻게 창업에 성공하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 경기지방중기청에서 개최된 '2015 대한민국 재도전 희망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한영 기자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의 창업·재창업 지원책이 너무 시류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한다. 일관성 있게 재창업기업을 도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에 맞춘 정책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지원정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자금지원에 치우치거나 정말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이 빠져있다는 등의 생각도 든다"며 "시간을 두고 일관성 있는 정책들을 입안해 추후 정말 필요한 사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실패를 이겨낸 재기기업인들의 경험을 높이사는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앤젤투자사 관계자는 "재기기업이 투자를 받는 경우 매칭을 해주는 앤젤투자매칭제도가 있지만 기업들이 앤젤투자를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패경험이 소중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정서가 한번 폐업이나 부도를 맞았던 사람에게 다시 투자하기 주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