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기습적으로 단행한 위안화 평가 절하에 신흥국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환율 전쟁이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들이 향후 평가 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편으론 무분별한 환율 정책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19일(현지시간) 베트남중앙은행(SBV)은 동화 환율을 전날 보다 0.99% 상승한 달러당 2만1890동으로 평가절하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동화 가치를 낮춘 것이다. 동화의 하루 변동 폭은 2%에서 3%로 확대했다.
카자흐스탄 시중 은행들은 달러당 텡게 환율을 4.7% 올린 가운데 중앙은행은 전날과 동일한 달러텡게 환율을 유지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은행은 지난달 텡게화의 하루 변동폭을 확대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신흥국 통화 절하에 대해 수출 증진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조치로 신흥국 환율 전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하로 달러 강세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의 약세와 상품 가격 약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둔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링깃과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올해 들어 각각 15%, 11% 내려 17년래 가장 낮은수준이다. 베트남 동화 가치 역시 4.4% 하락했지만 타국 대비 고평가 되어 있어 수출 부양을 위해서는 평가 절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FT는 향후 신흥국 통화들이 자국의 통화 추가 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SBV는 베트남 동화가 대내외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추가 절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통화 절하에 따른 수출 증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글로벌 유통망 확대로 과거 보다 환율과 무역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화폐 가치 하락이 완제품 수출 경쟁력은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 물가를 높여 타국에서의 수입 부품 가격이 높아져 생산 비용 증가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들이 수출 증진을 위한 통화 절하를 단행할 경우 자본 유출과 외화 차입 부담 역시 불가피하다며 환율 정책에 따른 통화 절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의 빈에 있는 시중 은행의 점원이 동화 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