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정화기자] "경기하강의 바닥이 보인다."
지난 11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앞으로 경기가 상승세를 유지할 지 불투명하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기바닥론에는 확실히 무게를 실어줬다.
이 총재뿐만 아니라 주요 경제기관들을 중심으로 경기바닥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동안 '허리띠 졸라매기'에만 집중했던 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삼성 "불황에도 '그린' 투자는 계속"‥계열사로 투자 확대
삼성그룹이 현재 향후 투자 1순위로 꼽는 분야는 태양광, LED 등 그린에너지분야다.
각국 정부가 친 환경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기업들도 그린에너지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이들 분야의 성장잠재력이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은 사장단회의를 통해 "불황일수록 기업들의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신성장 분야 투자를 계속할 뜻을 밝혀왔다.
특히 업계 선두자리를 유지하려면 초기 집중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이 신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가운데 삼성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LED분야로 LED는 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기술을 응용하기 쉬워 사업 부담이 적은 것이 강점이다.
삼성은 올 4월 전자와 전기가 공동으로 2903억원을 출자해 삼성LED를 설립함으로써 LED분야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삼성SDI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사업부문을 따로 때내 집중 육성하는 등 삼성의 LED사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이같은 LED분야 집중투자는 실적으로도 증명이 되면서 삼성의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LED TV는 출시 10주 만에 1만5000대 판매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 이달 안에 50만대 판매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 회의대로 경기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데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계획 등을
밝히기에는 시기상조"라며 "하지만 좋은 투자 대상이 있다면 투자를 집중한다는 원래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LG, 그린에너지 투자 박차‥LGD, 태양전지 500억 투자
LG그룹도 그린에너지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G전자가 LED조명 분야에서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을 비롯해, LED칩과 LED패키징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이 LED라인 설비투자를 늘리는 등 올해 LED 분야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할 방침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ED가 노트북, TV, 조명 등 다양한 산업에 이용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향후 경기상황을 감안해 LED분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15일 박막형 태양전지 연구개발(R&D)에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그린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향후 그린에너지 분야 성장 기대"‥시장성 충분
이처럼 그린에너지 분야에 기업투자가 진행되는 데에는 정부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분야로 녹색기술 등을 포함해 3대 분야 17개 신성장동력을 선정, 향후 5년간 24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이들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펴왔다.
시장에서도 이들 기업의 선도적인 그린에너지분야 투자로 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차장은 "기존의 설비를 바탕으로 박막형 태양전지 등 그린에너지 분야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에 메리트로 부각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계열사를 바탕으로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향후 투자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병기 키움증권 책임연구원도 "IT분야 중 수요가 가장 많은 부분이 디스플레이 백라이트 분야"라며 "대기업이 LED 등 그린에너지 분야 투자에 계열사를 동원해 투자하는 것 자체가 이들 분야의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우정화 기자 withyo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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