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미친 전세와 분양광풍 사이, '정부'

입력 : 2015-08-23 오전 11:00:00
요즘 현장을 나가보면 가장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가 있습니다. "미쳤다."
 
'미친 전세'이란 말이 회자된지는 조금 됐죠. 통계상으로 2009년부터 상승세가 시작됐는데요. 그 당시에는 그냥 오르나보다 했는데 상승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난이라는 표현으로 모자라 전세대란이라고 했죠. 그리고 더 지나자 미친 전셋값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 정상 수준을 벗어난 것은 사실이죠. 미친 전셋값의 기준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서울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퍼스티지인데요. 고급 주상복합도 아닌 그냥 조금 좋은 동네에 지어진 일반 아파트입니다.
 
전용 60㎡ 평수의 아파트부터 222㎡ 대형까지 다양한 수요를 위해 다양한 평형으로 구성됐는데요. 이 중 미친 전셋값을 여실히 보여는 평형이 전용 84.7㎡입니다. 전용 85㎡ 이하면 우리나라 법에서는 국민주택 규모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규모. 그래서 이 사이즈의 집을 지을 때면 정부에서 주택기금을 지원해 주는데요. 래미안퍼스티지의 국민주택 규모의 전셋값은 12억원입니다. 12억원과 국민주택. 그다지 어울리진 않죠.
 
미친 전셋값은 분양시장도 미치게 했죠. '분양광풍'. 미친 바람이 분양시장에 불고 있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분양가를 내려도 팔리지 않던 신규 분양 아파트가 지금은 분양가를 올려도 날개 돋힌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부동산시장 최일선 근무자인 중개업자에게 들었던 말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말. "이 일대에 그 분양가로요? 고분양가죠. 그래도 순위 내 마감은 할 겁니다. 지금 분양시장 정상이 아니잖아요."
 
내놓으면 팔리니 분양은 줄을 서 있습니다. 올해 분양물은 역대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전세·분양시장과 함께 狂(미칠 광)자가 어울리는 곳이 또 있죠. 바로 정부입니다. 2000년 대 중반 참여정부가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광기를 보였다면, 이번 정부는 미쳐가는 전세시장을 통제하지 못하고 미친듯 쏟아지는 아파트 공급량을 조절하지 않고 있죠. 정상이 아닌 상황을 정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그것도 정상이 아니겠죠.
 
전세난을 잡겠다고 주거비 부담이 큰 중산층용 월세집을 공급합니다. 가계부채 증가가 무섭다며 이상적인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일반 재고 아파트시장의 돈줄을 막습니다. 매매시장은 대출이자를 수준의 집값 상승과 원할때 거래할 수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전국 집값은 지난해 평균 2.1%, 올해 7월까지 2.5% 올랐습니다. 거래량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일 정도로 활발하죠. 정상범위에서 움직이는 매매시장과 광풍이 부는 분양시장. 돈 줄은 어디를 막아야 했을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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