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집이 쏟아지고 있다. 2~3년 후 입주물이 될 착공과 분양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고, 사전단계인 주택인허가실적은 13년 만에 60만가구를 돌파할 기세다.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70만가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도는 인허가, 착공, 분양 등 3대 건설지표가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하며 과잉공급 위험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전국 주택인허가실적은 38만2916가구로 지난해 대비 44.8% 늘었다. 수도권이 20만521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9% 증가, 18.1% 증가에 그친 호황 후 조정 국면에 들어간 지방(15만478가구)에 비해 증가폭이 컸다. 특히 경기는 6만7209가구가 인허가되며 109.9%나 늘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산술적으로 65만6571가구가 인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12월 인허가실적이 단기 급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70만가구 돌파도 가능하다. 최근 3년간 1~11월 평균 4만가구 수준이었던 월별 인허가실적은 12월 10만가구로 급증했다.
60만가구를 넘는다면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 된다. 2002년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붕괴된 주택시장이 재건되며 인허가실적이 급증했던 시기다. 아파트값 역시 2001년 14.5%, 2002년 22.7%로 호조세를 보였다. 70만가구를 넘는다면 집계가 시작된 1990년 75만378가구 이후 처음이 된다. 이 시기는 주택절대부족기로 1기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며 인허가량이 급증했다. 주택보급률이 전국 86.0%, 서울 76.7%(1995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시기로 1988년 20.0%, 1989년 20.2%, 1990년 32.2%에 달했던 아파트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정책적으로 계획된 도시개발이었다. 당시 정부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을 통해 200만가구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이미 2~3년 후 입주물량이 될 착공과 분양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착공 및 분양 전단계인 인허가실적 급증은 과잉공급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올 7월까지 전국 주택착공실적은 34만343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8% 늘었다. 수도권이 76.9% 증가했고, 지방은 10.4% 늘었다. 수도권 중 경기도는 100.2%나 증가했다.
분양 역시 25만2094가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4983가구와 비교해 52.8% 늘었다. 수도권이 109.4% 증가했으며, 지방은 20.2% 늘었다. 수도권은 서울이 10.1% 줄었지만, 경기와 인천이 각각 156.0%, 149.5%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허명 부천대 교수는 "과거 인허가 급증은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계획적인 공급에 추진됐지만 현재는 집이 부족하지도 않고 집값 폭등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사업을 접거나 미루는 경우도 많아 실제 공급량과 차이가 있겠지만 시장에 위협적인 숫자인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200만가구 건설사업에 따라 개발된 분당신도시. 올 주택인허가량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70만가구 수준의 실적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