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에 관심을 보이는 컨소시엄들이 취약한 자금력으로 인해 사업 시작 단계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동통신 3사는 제4이통 출범이 무산되면 제4이통에 할당하려 했던 주파수를 자신들에게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제4이통 사업자 후보업체들의 요구에 맞춰 기간통신 사업허가 신청 기간을 10일~15일 정도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당초 미래부는 이달말 주파수할당 공고를 낸 뒤 한달 동안 기간통신 사업허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제4이통 주파수 토론회에서 후보업체들이 추석 등 연휴를 감안해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 미래부에서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부가 기간통신 사업허가 신청 기간 연장까지 고려하면서 제4이통 출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후보업체들의 빈약한 자금력은 제4이통 사업 출발의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기존 이동통신 3사와 경쟁을 펼칠 제4이통 후보는 우리텔레콤과 한국모바일인터넷(KMI) 등 중소 컨소시엄이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 토론회에서 제4이통 후보업체들은 주파수할당 신청 접수를 할 때 정부에 맡기는 보증금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파법 시행령에서는 주파수할당을 신청하는 법인은 예상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할당대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야한다. 이번에 산정된 할당대가는 1646억원으로, 제4이통 후보업체들은 164억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이 보증금은 주파수 할당 심사와 할당 대상 법인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다시 돌려준다.
하지만 후보업체들이 164억원의 보증금 납부에 난색을 표하면서 수조원이 필요한 제4이통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제4이통 사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최소 4조~5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망 구축에 최소 2조~3조원 이상의 투자가 단행돼야 하고, 가입자 모집을 위해서는 최소 1조~2조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164억원의 보증금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제4이통 후보업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이동통신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몇백억 수준인 보증금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법에 따라 보증금 면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4이통 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히자 기존 이통 3사는 제4이통용 주파수를 자신들에게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희소 자원인 주파수 낭비를 막고, 주파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통신 품질 저하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무선통신트래픽은 15만2318테라바이트(TB)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이 폭증하면서 이를 감당할 주파수 확보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다.
전규환 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남은 주파수는 2016년 이내에 기존 사업자에게 줘야 한다"며 "부족한 주파수를 고려해 신규 사업자용 주파수는 향후 사업자 선정에 맞춰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4이동통신 주파수할당 토론회 모습.사진/뉴시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