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일본 JX에너지가 최근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맞닥뜨린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
SK이노베이션은 두 회사 경영진이 지난 28일 일본 도쿄에서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석유시장 변화에 따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인 김준 SK에너지 사장, 이기화 SK루브리컨츠 사장 등이 참석했다. JX 측에서는 기무라 야스시 JX홀딩스 회장, 스기모리 츠토무 JX에너지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참석했다.
양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내 파라자일렌(PX) 및 윤활기유 합작사업 성과를 점검했다. SK이노베이션과 JX에너지는 SK 울산콤플렉스(CLX)에서 울산아로마틱스(UAC)와 유베이스매뉴팩처링아시아(YMAC) 등 2개 합작법인을 운영 중이다. 앞서 2012년 윤활기유 공장, 지난해 파라자일렌 공장을 차례로 완공해 가동 중이다.
지난해 10월 울산광역시 SK울산콤플렉스에서 열린 울산아로마틱스 준공식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파라자일렌 합작사업은 SK종합화학과 JX에너지가 각각 50%씩 총 9363억원을 투자했다. JX에너지가 파라자일렌 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약 4600억원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투자한 사례 중 최대 규모다. 연산 100만톤 규모인 파라자일렌 공장은 지난해 10월 완공 후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산 제품의 95%를 중국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양사 경영진은 "합작사업이 연착륙한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최근 글로벌 석유시장 동향 관련 정보와 의견을 나누고, 각사의 대응 전략도 공유했다. 특히 미국발 셰일혁명에 따른 유가 불안정성 증대, 중동·중국 등의 설비 신·증설과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정유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올 상반기 실적이 양호했지만 이는 일시적이며 구조적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안정과 성장을 위해 서로 고민을 나누며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기무라 JX 회장은 "양사가 머리를 맞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정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친분이 깊은 기무라 회장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최태원 회장이 다른 일정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2004년부터 매년 경영진 간 공동 세미나 등을 통해 교류해 왔으며 최 회장과 기무라 회장은 연구모임을 통해 우의를 다져왔다.
한편 양사는 지난해 과장급 구성원들이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정유업계 위기극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실무진 교류도 시작했다. 올해도 하반기 중 일본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과장급 교류회를 열 예정이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