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토종신약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연이어 청구했다.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토종신약에는 특허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관례가 무너진 것이다. 국내사 간에 특허소송 무한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들 제품은 국내사가 개발해 가장 성공한 약물들이다. 아모잘탄과 리세넥스 브랜드(판권이전 쌍둥이약 포함)는 지난해 각각 830억원대, 170억원대의 처방액을 올렸다. 같은 기간 알비스는 520억원어치가 팔렸다.
국내사들은 특허소송에서 승소해 복제약 발매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아모잘탄에는 20여개사, 리세넥스와 알비스에는 각각 10여개사가 소송에 참여했다. 불과 몇개월만에 40여개사가 토종신약의 특허깨기에 나선 셈이다.
앞서 일부 국내사 간에 특허쟁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소송이 몰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과거 제약업계 풍토와는 사뭇 다르다. 토종신약에 대한 특허소송은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국내사 간에 특허분쟁을 피하는 정서가 업계에 깔려 있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해 성공한 신약이라는 상징성과 국내 제약산업의 동반자 입장은 제쳐두고 제 잇속만 챙긴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자칫 자사가 개발한 토종신약에도 특허소송 부메랑이 되돌아올 수도 있다. 때문에 국내사들은 토종신약에 대한 특허 도전에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실제, 900억원대에 육박했던 토종신약 최대품목 동아에스티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의 경우 2009년 50여개사가 복제약 출시를 준비했다가 여론을 의식해 발매 계획을 접었다.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깨지면 복제약 출시 시기가 적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앞당겨진다. 복제약 경쟁제품이 등장하면 오리지널약에게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심하면 매출의 절반이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사들이 토종신약에도 줄소송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제약산업의 위축으로 제약사들이 생존경쟁에 내몰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2010년 무렵부터 보험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억제책 등으로 제약산업 영업환경이 크게 위축됐다.
더욱이 특허만료되는 다국적 제약사의 대형약물 부재로 신제품(복제약) 기근도 한몫했다. 국내사들이 자구책으로 돈되는 약물은 체면 가리지 않고 특허소송을 청구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끼리 소송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며 "제약사들이 미래 먹거리가 될 신제품 기근으로 뭐라도 팔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특허소송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