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스타트업의 '다이아몬드' 꿈꾸는 아프리카

혁신이 이끌고 규제가 밀어주는 아프리카식 스타일 창조

입력 : 2015-09-01 오후 3:55:38
전세계를 휩쓴 스타트업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우버, 샤오미,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등 기업 가치가 수 십억 달러를 상회하는 혁신의 아이콘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며 성공을 열망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 뿐 아니라 미지의 세계로 불리는 아프리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09년만해도 1000만달러가 채 되지 않았지만 2013년 1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지난해에는 5억달러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조달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한 까닭이다. 풍부한 천연 자원을 갖고 있지만 끝없는 내전과 빈곤 등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소외됐던 아프리카의 변신이 시작됐다.
 
 
아프리카의 스타트업은 출생 배경이 다소 독특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농축수산업에서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산업적 기반 위에서 피어났다면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원동력은 결핍이다. 기본 인프라가 열악했기에 누리지 못했던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기업들이 인기를 얻었다. 전기가 없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라우터 제조업체 브릭(BRCK), 반경 3킬로미터 정도의 가까운 거리만 이동할 수 있는 삼륜 전기 택시 '멜로우캡' 등 핫한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기업들은 모두 아프리카가 아니었으면 만나기 어려웠을 서비스를 제공한다.
 
◇케냐 'M-페사' 아프리카식 핀테크 창조
 
스타트업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핀테크도 남다른 면모를 자랑한다. 아프리카에서는 금융기관이 끼지 않은 금융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됐다. 이 역시 인프라 결핍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케냐의 이동통신사인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엠페사(M-Pesa)'는 모바일 결제 뿐 아니라 개인간 송금도 가능하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현금인출기 조차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개인들이 자유롭게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통신 인프라도 열악해 유선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 온라인 뱅킹도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러나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은 모바일 금융이 발생하기 좋은 배경이 됐다. 휴대폰 번호를 계좌번호로 삼아 동네 슈퍼 등 엠페사에 가맹된 인근 상점에 가면 예금과 출금, 송금, 결제가 모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서비스 출시 8년만에 케냐 성인 68%가 사용 중인 엠페사는 케냐의 현금 경제를 활성화 시켰고 투명한 급여 체계 정착과 세금 징수율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었다.
 
이 같은 사례들에서 보듯 아프리카의 스타트업은 대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 브릭의 개발사인 우사히디의 줄리아나 로티치 공동창업자가 "혁신이 이끌고 규제가 뒤따른다"는 말로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를 표현한 것도 같은 이치다. 현재 가나, 에티오피아,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있는 90여 개의 기술 허브에서 아프리카의 구글, 페이스북을 꿈꾸는 이들의 도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발맞춰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은 이노베이션센터 건립, 인큐베이터와의 파트너십 체결 등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계 사모펀드와 개인 엔젤투자자들도 밀리콤, 사파리콤, 에어텔 등 통신사업자가 주도했던 벤처캐피탈 투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저스틴 스탠포드 4Di캐피탈 공동창업자는 "아프리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현재 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시장이 미개척 분야이고 기술 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도 매우 낮은 상황이지만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잠재력에 투자를 한다"고 진단했다.
 
◇11억 인구 구매력 겨냥한 이커머스 각광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또 다른 원동력은 날로 커지고 있는 구매력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현재 11억 명 수준인 아프리카 인구는 2025년 전 세계의 5분의1을 점유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한 도시화율도 대폭 제고되며 빈곤층 탈피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향후 10년 간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6.2%로 세계 평균인 3.7%를 두 배 가까이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소득이 있는 사람의 53%가 16~34세의 젊은 계층에 포진해 있어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봤다.
 
◇내전, 빈곤 등으로 상징되던 아프리카에 스타트업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소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사진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열린 아프리카 무역 박람회의 모습. (사진=뉴시스·신화)
 
경제 성장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은 이커머스다. 보츠와나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등 3개국에 걸쳐 12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할인마트 '쵸피스' 처럼 소매점의 매출 증대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장소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90% 이상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며 "구매 플랫폼을 갖추면 중산층의 소비는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료 배송과 무료 교환 서비스를 앞세워 아프리카의 아마존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최대 이커머스 업체 주미아는 현재 모로코, 이집트, 케냐, 코트디부아르 등지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조만간 우간다에서도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이 밖에 몰포아프리카, 테이크어랏, 콩가 등의 업체가 수 백에서 수 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하며 소비시장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스타트업 천국 위해 넘어야할 장애물 많아
 
하지만 아프리카의 스타트업들에게 마냥 장미빛 미래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몇몇 주목받는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모이고 있을 뿐 외국 자본의 안정적인 투자 여건이 미비하고 성장을 저해할 만한 요인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것은 정치적 불안정과 분쟁이다. 정치·사회적 자유화 정도를 가늠하는 세계 평화지수에 따르면 54개 아프리카 국가 중 자유롭고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국가는 10개에 그쳤다. 22개국은 부분적 자유가 있는 정도로 파악됐으며 나머지 22개국은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도 잠시 언급됐듯이 열악한 교통과 통신 인프라가 둘째다. 포장도로에서 반경 2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는 전체의 30%를 갓 넘길 수준이고, 교통·물류비용은 브라질이나 베트남보다 5~8배 높다. 대중들의 교육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나이지리아의 식자율은 62%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글자를 아는 인구 비중은 30%도 되지 않는다. 한 나라 내에서도 수 천개에 달하는 토속 언어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한한다.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정부도 아쉽다. 사업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초기 모델을 공유하는 인큐베이팅 기관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창업 카페와 같은 전문 공간은 태부족이다. 초기 창업자들의 교육이나 멘토링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없어 성공은 오로지 개인의 노력과 역량에 달려있다. 무료 와이파이를 추적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 중인 코트디부아르의 한 청년은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코트디부아르는 내전 종식 후 연평균 9%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창업 지원은 전무하다"며 "정부는 무엇이 필요한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외국 자본과 파트너십을 이룰 현지 투자자 육성과 법률적 규제 완화, 세제 혜택 제공 등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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