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장면1 23일 낮 서울 청량리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영업소. 차를 판매하는 대리점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전시차가 단 한 대도 없다. 쌍용자동차 영업소라는 간판이 없다면 이곳이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리점 내부는 휑하다. “2주전에 전시차마저 다 떨어졌어요. 이번달 들어서 계약을 총 21건 했는데 고객에게 언제 차를 인계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김영민 소장은 다음달부터는 임대료, 상주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대출을 받을까 생각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면2 자동차 판매 영업에 뛰어든지 4년째인 30대 김민수(가명)씨. 지난 1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수익 악화로 문을 닫은 한 영업소에서 또 다른 영업소로 옮겼다는 그는 한때 한달에 6~7건까지 차를 팔았던 능력 있는 영업사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두달간 단 한건의 계약만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그 한 건마저 차가 없어 고객에게 차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노조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 생계가 달린 문제니까요. 그래서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뭐 그런 심정이죠. 지금 제 주위 동료들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쌍용자동차 노사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이번 사태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쌍용차 영업소와 실제 현장에서 차를 파는 영업사원들 역시 생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22일부터 노조가 옥쇄파업에 돌입하고 노사간의 '조건없는 대화’가 극명한 입장 차이로 잠정중단되는 등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이달 들어 차량을 단 한 대도 만들지 못했다.
23일 자동차 업계가 국내 완성차 5사의 이달 21일까지 판매량을 잠정 집계한 결과, 쌍용차의 생산량은 0대, 판매량은 140대 가량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5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팔았다.
그나마 남은 재고와 전시차, 심지어 세차한 시승차까지 팔아 영업소를 유지해가던 대리점 점주들과 일정한 월급없이 차 판매 수수료를 월급으로 대신하던 영업사원들은 팔 차가 없어 빈 대리점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한때 자신이 운영하는 영업소에서 한달에 50대가 넘는 차를 팔기도 했다는 김영민 소장은 “최근 들어 대리점을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며 “노사가 타협안을 마련하고 정부가 중재안 마련에 나서 쌍용차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3일 오전 쌍용차 비해고 직원 2000여명이 정상출근을 통한 시위를 재개하고 사측이 고용한 용업업체 직원들이 출입문을 막아서면서 노사갈등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창근 쌍용자동차 노조 기획부장은 “불과 1주일전에 사측이 조건없는 대화를 얘기하면서 '관제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일주일도 안돼서 이를 어겼다”며 “용역까지 동원해 출입문을 봉쇄하는 것 자체가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우리 노조는 점거파업 전까지 최대한 생산을 해야된다고 주장했지만, 회사측은 대량정리해고로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노조는 대화와 교섭으로 이 사태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대리점들이 한대의 차라도 더 팔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고 밝혔다.
한편, 차량 판매 대금으로 사업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쌍용차가 하루 빨리 생산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오는 9월15일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 이전에 파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쌍용차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 10만대 정도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생산량이 월 1000대 이하 또는 월 0대에 그칠 경우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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