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먼 곳에서 떨어져 보면 남성과 여성 기업인 모두 평탄한 트랙에서 공정한 경주를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와보면 그렇지 못합니다.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그릇된 인식때문에 인구 절반에 이르는 여성 인적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불합리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대다수의 국내 여성 벤처기업인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여성기업들의 좌절은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왕성하지만 여성 벤처기업의 수는 턱없이 적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벤처기업 수는 2만9910개며 이중 여성기업은 2393개로 8% 수준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핵심 요건은 투자를 받거나 판로를 개척해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 구조상 여성 벤처기업인들에 대한 선입견들이 많아 핵심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투자 유치 및 판로 개척을 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성 벤처기업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벤처캐피탈(VC)에서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배경과 경력, 인성은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데 국내에서는 여성기업인들을 평가할만한 레퍼런스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며 "또 사업 아이템 평가에서도 남성 중심의 전자·전기·통신 카테고리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즉 투자를 결정하는 평가 시스템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여성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원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VC협회에 등록된 심사역 수만 살펴봐도 지난해 기준으로 남성은 585명, 여성은 33명 수준이다.
이어 "판로 개척을 위해 관련 기업들을 찾아가면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50대 남성분들로, 이들 역시 여성이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같은 어려움이 곧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적 자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의 흑인"이라며 "미국은 흑인 노예 해방 이후 43년만에 흑인 대통령을 배출했으며, 흑인들은 그동안 문화·체육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경제적으로 큰 이바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여성 벤처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이렇다보니 한국여성벤처협회의 활동 역시 사회적 인식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회장은 한국여성벤처협회를 이끈 지난 6개월 동안 ▲홍보가 어려운 여성기업을 위한 대 언론활동 ▲판로 확대를 위한 중국 IZP 그룹의 하이쉔닷컴과의 업무제휴 ▲이달 중 협회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직거래몰 오픈 등을 주도했다.
또 올 가을부터 협회 차원에서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판로확대 지원에 나서며, 여성벤처기업에 대한 최고상을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에서 대통령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논의 중에 있다.
이 회장은 "협회는 대외적으로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한 메시지를 지속 던지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여성기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협회가 내부 사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만큼 향후 회원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사진/한국여성벤처협회)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